[데스크칼럼] 워치도그(감시견)의 부활

입력 2019-04-15 05:00 수정 2019-07-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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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4년 만에 부활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소식이 뜨겁다. 종합검사는 금융회사들이 법을 어기지 않고,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언론은 검사 본연의 목적보다는 첫 대상이 누가 될지에 신경을 집중했다.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이나 암 보험금 미지급 논란, 최고경영자(CEO)와 얽힌 채용 비리와 지배구조 문제 등이 워낙 이슈의 중심에 섰던 터라, 주객이 전도되기 충분했다. 여기에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노골적으로 종합검사 부활을 반대하면서 종합검사 부활의 배경이나 목적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던 게 사실이다.

외부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던 탓일까. 금감원은 올해 부활시킨 종합검사 대상으로 은행권에서는 KB금융과 국민은행, 보험업권에서는 한화생명을 선정했다. 시장의 전망과 달리 지난 정권 당시 채용 비리와 즉시연금 문제로 1순위로 거론됐던 신한금융과 삼성생명은 후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대상 순서가 금융회사 평가의 미흡한 순서 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어쨌든 잔뜩 미운털이 박힌 금융회사는 수검의 시간을 번 셈이다.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기에 오해나 구설이 끊이질 않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금감원 직원 수십 명이 금융회사에 한 달가량 상주하며 강도 높게 진행한다.

과거에는 수검 회사의 일상 업무가 마비되기 일쑤였다. 선정 대상을 두고서도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미운털이 박히면 종합검사를 받는다는 시장의 비판도 나왔다. 결국 ‘건수 올리기’식 무리한 검사라는 비난 여론에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자진 폐지’했을 정도였다.

이에 금감원은 부실 회사를 콕 집어 개선을 유도하는 ‘유인부합적’ 방식을 도입하기 때문에 예전 같은 폐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스로 폐지해 놓고, 부활시키는 데 대해 의문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일반 금융소비자 입장에선 이 같은 수검 방식에 얼마나 큰 공포심은 체감하겠는가. 그렇다면 5년 전 금감원 한 임원의 자녀 결혼식을 떠올려 보자. 피감기관인 금융회사 사람들이 대거 몰린 탓에 신부 측 축의금 접수대 앞에는 수십 미터나 되는 하객들이 줄을 섰다. 저마다 축의금 봉투를 들고 본인의 접수 차례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해당 임원은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막나”라고 하소연인 양 몸을 굽혔다. 그러나 은행권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권한을 갖는 기관의 간부에 해당하는 사람의 처신치고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설사 그가 혼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금융회사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라도 결혼식장에 몰릴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임원은 축의금 행렬이 물의를 빚자, 피감기관에서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웃지 못할 촌극으로 끝났지만, 현직 금감원 부원장의 위력을 증명한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검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금융회사는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금융시장은 불투명해지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 경우 워치도그(watch dog·감시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짓지 않는 감시견은 존재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힘의 균형’이다. 과거 종합검사 때마다 불거지는 정치적 보복, 표적검사, 고무줄 잣대, 중복조사, 이중 제재 등 금감원은 괜한 오해라고 해명하고 싶겠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고 했다.

4년 만에 부활하는 종합검사가 근거도 없는 완력 행사로 금감원의 고질병이라는 오해를 다시 사질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골목 대장’에서 벗어나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키워 제대로 한번 뛰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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