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줄곧 북한과 중국의 잠재적 위협을 막기 위해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미국의 요구에 최대한 순응하는 등 ‘트럼프 달래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에서 일본도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랜 시간 동안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피해온 일본이 드디어 우리와 협상을 하게 됐다”면서 “관세는 정말 강한 무기다. 관세는 사람들을 협상테이블에 앉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지난해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일본산 자동차에도 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2년간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상을 피해온 일본이 결국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오는 15~16일 워싱턴D.C.에서 첫 미·일 장관급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일본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각각 협상단을 이끈다.
양국은 첫 교섭에서 협상의 범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전망인데, 일본은 서비스 부문은 물론 자동차 등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및 폐지를 원하는 반면 미국은 의약품 가격 결정 제도와 식품 안전기준 규제 완화, 일본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등 일본과의 600억 달러(약 68조4180억 원)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폭넓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USTR는 또 일본이 환율을 이용해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등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아내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 일본대사는 일본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번 양자 협상을 먼저 요구한 것은 미국”이라며 “이번 협상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의제로 내놓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희망 사항이 고려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일왕으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도쿄를 국빈방문할 예정인데, 무역협상이 틀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무산될까 아베 총리가 걱정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니엘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국제정책 강사는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그 어떤 차질이 생기지 않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일본은 이번 TAG 협상에서 미국에 꼬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