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금융거래 대체 각광받았지만
정부 공식 집계 피해액 2000억 달해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흥분했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현금과 모든 금융거래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거래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장기 하락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 규모는 고점 대비 97%까지 하락해 투자 피해자가 줄을 이었고 뚜렷한 실용적 가치를 만들지도 못한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31일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요 코인의 전체 규모는 약 30조 원이다. 이른바 ‘코인 열풍’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1월 시가총액 1000조 원보다 97% 감소한 것이다.
코인 시장은 2017년 4월부터 약 1년간 끝을 모르는 상승세 이후 다시 1년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년간의 상승과 하락 과정에서 투자 사기와 횡령, 해킹 등 각종 부작용이 일어났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코인이 투기 또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 사고로 인해 투자자 피해 전가, 임원 횡령, 정보 유출 등 각종 사건의 온상이었다.
정부가 집계한 거래소 피해액만 해도 2000억 원을 육박한다. 업계에선 공식 피해 접수가 되지 않은 것까지 합산할 경우 조 단위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인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악용한 피해 사례도 계속 늘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보물선을 찾는 자금을 모집한 코인에 수백억 원의 자금이 몰렸고, 전례 없던 사업을 하겠다는 프로젝트에 수백억, 수천억 원이 몰리기도 한다. 서울 곳곳의 커피숍에선 아직도 신종 코인을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코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질수록 실제로 유용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는 “워낙 스캠(사기 프로젝트)이 많아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는 것은 뒤로하고라도 블록체인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사기 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