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부와 EU의 합의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집권 보수당의 분열, 보수당과 동맹 관계인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의 반대로 합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을 대체할 새 방안을 모색하는 하원 의향투표 직전 보수당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 참석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 다음 단계 협상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 리더십을 원하는 당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를 가로막지 않을 것이다. 나라와 당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자리를 뜰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말 보수당 당대표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올해 말까지는 불신임 위협 없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 그는 이날 사퇴 시기가 언제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오는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가 유력하다.
메이 총리는 오는 29일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놓고 세 번째 의회 승인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DUP는 이날 메이의 사임 표명에도 합의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DUP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 연방의 완전성에 대한 받아들일 수 없는 위협”이라며 “북아일랜드와 영국에 새 장벽을 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에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그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최근 보건부 정무차관에서 사임한 스티브 브라인 의원은 “메이 총리가 진심을 다해 연설했다”며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나라를 우선사항에 놓았다”고 말했다. 조지 프리먼 의원은 “메이 총리의 연설 중 최고였다”며 “그는 대단한 품위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보수당의 유럽회의론자 모임인 ‘유럽연구단체(ERG)’는 메이의 사임에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은 합의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최소 15명의 다른 ERG 소속 의원들도 합의안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15~30명의 ERG 멤버가 여전히 합의안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하원 의향투표에서는 제2국민투표와 관세동맹 잔류,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에 이르기까지 정부 합의안을 대체할 8개 옵션이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새 대안 도출에 실패했다.
하원이 29일 투표에서 합의안을 가결하면 브렉시트는 5월 22일로 미뤄진다. 표결에 실패하면 4월 12일에 브렉시트가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