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야민정음’ 마케팅에 빠졌다.
야민정음이란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것으로 대체 표기해 멀리서 봤을 때 같은 단어로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일종의 글자 바꾸기 놀이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1020세대 사이에서는 새로운 야민정음을 공유하는 등 자신들만의 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각에서는 ‘한글 파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1020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야민정음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도 갈수록 늘고 있다.
팔도는 계절면인 팔도비빔면을 야민정음으로 표기한 ‘괄도네넴띤’을 지난달 선보였다.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내놓은 한정판으로 온라인 판매 첫날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괄도네넴띤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이어지자 팔도는 최근 편의점을 비롯한 대형마트, SSM(대형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위메프는 13일 팔도보다 몇 배 강력한 야민정음 마케팅을 펼쳤다. 위메프를 ‘읶메뜨’로 표기한 것을 비롯해 이벤트명과 할인 상품의 명칭 상당수를 야민정음으로 표기한 것. ‘읶메뜨 가격 따괴 상뚬 총 출동’이라는 이벤트로 진행된 할인 행사에 등장한 제품 이름도 야민정음을 모른다면 읽기 힘들 정도다. 위메프는 행사를 통해 “‘스띠귀’(스피커), ‘귀띠머신’(커피머신), ‘치귄’(치킨)을 비롯해 ‘공7l청정7ㅣ’(공기청정기)를 판매한다”고 표기했다.
가장 성공한 야민정음 마케팅으로는 신세계의 ‘쓱’이 꼽힌다. ‘SSG.COM’은 ‘에스에스지닷컴’으로 읽어야 하지만 신세계 측이 ‘쓱’으로 명명하고 광고를 통해 적극 홍보하면서 ‘쓱닷컴’이 일반화됐다.
네티즌 사이에 등장하는 야민정음에서 추가 마케팅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팝콘을 ‘괍콘’으로, 팥죽을 ‘괕죽’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식혜는 ‘싀혜’로 표기하는데 식혜의 대표 브랜드인 비락식혜가 팔도 제품인 것을 감안할 때 제2의 괄도네넴띤도 나올 만하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명을 야민정음으로 바꾼 경우는 매일유업 분유 ‘띵작(명작)’을 비롯해 ‘븨따이(빅파이)’, ‘큭크다스(쿠크다스)’ 등이 있다.
아직은 야민정음 마케팅이 초기 수준이지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대를 표하는 쪽은 펀(fun) 마케팅의 진화로 평가하는 데 비해 우려하는 쪽은 기업이 ‘언어유희’를 포장해 한글 파괴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