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에는 총 6612개 법안이 제출됐다. 국회의원 제출법안이 5891개, 정부 제출법안이 275개다. 여기에 상임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을 병합 심사한 뒤 각 상임위원장이 대안입법으로 발의한 법안이 275건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 수는 회기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각 회기별 3년차에 제출된 법안 수를 비교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15대 국회 3년차였던 1998년에 국회에 제출된 법안 수는 614건에 불과했지만 △17대 국회 3년차(2006년) 1942건 △18대 국회 3년차(2010년) 3011건 △19대 국회 3년차(2013년) 4346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6612건으로 급증했다.
발의 법안이 증가하는 동시에 버려지는 법안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15대 국회 3년차에 발의된 법안의 가결률(법률안 수정 또는 대안반영의 경우도 가결에 포함)은 80.29%에 달했다. 하지만 16대 국회 같은 기간에는 62.20%로 줄었고 17대 3년차에는 52.42%, 18대 3년차에는 42.44%, 19대 3년차에는 44.22%로 낮아졌다.
지난해 제출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1389건으로 가결률이 21.01%에 불과했다. 일부 폐기하거나 철회된 법안을 빼면 5005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를 처리하는 데만도 남은 회기 동안 매일 12건씩 법안을 처리해야 할 정도다. 지난 19대 국회에선 발의 법안 절반 이상이 회기 종료와 함께 휴지통으로 들어갔다.
폐기법안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의원입법 증가와 무관치 않다. 의원 입법은 동료 의원 10명의 서명만 받으면 돼 정부 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소하다. 일부 의원이 실적 경쟁을 위해 ‘한건주의’ 법안을 쏟아내면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 가운데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38.55% 가결된 반면, 의원 발의 법안은 가결률이 14.21%에 그쳤다.
지난해 압도적으로 많은 법안을 발의(총 340건)한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은 ‘법안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황 의원은 지난해 12월 초 227개의 법 개정안을 한꺼번에 발의했는데, 공기업에 ‘유리천장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각 공기업의 설립 근거가 되는 법안에 붙여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여러 입법 형태 가운데 가결률이 가장 높은 것은 각 상임위원장이 대안입법으로 발의한 경우다. 상임위원회 내에서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유사한 여러 법안을 병합해 만들어낸 방안인 만큼 본회의에서 원안대로 가결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