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손해보험 보험 사기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자동차보험 사기 금액을 앞질렀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보험 사기 적발 금액 4000억 원 가운데 1720억 원이 장기손해 분야에서 적발됐다. 반면 자동차보험 사기는 1684억 원으로 장기손해보험보다 적발 금액이 적었다.
현대해상은 장기보험 적발 금액 988억 원 가운데 보험금 지급 전 적발 금액이 8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8%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보험 담보별 보험 사기 유형으로는 대인담보 적발액이 지난해 1억3000만 원(0.4%) 감소했지만 대물담보 적발액은 전년 대비 32억 원(7.9%) 증가해 대비를 이뤘다.
장기손해보험을 이용한 보험 사기 대부분은 허위·과다 입원 등 병원을 이용한 유형이다. 김현수 현대해상 보험조사부 조사실장은 “요즘에는 한방 병원을 이용한 사례가 많다”며 “한방 치료는 양방 치료와 달리 치료가 길고 기간이 명확지 않아 계속 한의원과 한방 병원을 돌면서 치료비를 부풀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 병원에 20일 이상 머무르지 않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5개월 이상 장기 진료를 받고 이를 이용해 장애 진단까지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한방 병원의 특성상 1회당 진료비가 양방 병원보다 비싸고 통원 치료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방 병원을 이용한 보험 사기가 증가하는 이유다.
또 사무장 병원도 대표적인 장기손해보험사기의 온상이다. 사무장 병원은 비의료인(사무장)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곳을 뜻한다. 사무장 병원은 무자격자가 의사를 고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보험급여를 받아 민간 보험사뿐만 아니라 정부와 건보공단도 근절에 나설 만큼 문제가 많다.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병원 영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며 “내원 환자를 돈으로 보니 치료와 안전에 소홀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2017년 화재로 많은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도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진 팀장은 사무장 병원의 적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업까지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무장 병원이 적발돼 폐업하더라도 한 달 안에 다른 사람 명의로 같은 병원이 생기면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의료생협도 정족수만 충족하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어서 이를 제한할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이런 내용을 담은 사무장 병원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안의 실제 국회 통과 후 적용까지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보험 사기를 담당하는 기관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종합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뒤따른다. 이에 보험 업계는 보험 사기를 종합해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리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해줄 것을 관련 기관에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