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는 척해야 한다고? 우리가 무능하다는 말 덜 들으려면 회의라도 열어야 한다고? 그건 그래. 그런데 말이야, 이번에 대응이 늦은 이유는 뭐냐? 중국 때문이라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중국에 대놓고 따져서는 안 된다고? 남북문제 풀어가려면 중국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깟 미세먼지 때문에 중국 성질 돋우면 안 된다고? 안 돼~~~! 사람이 먼저라고 해왔는데 중국 때문에 국민 건강과 안녕을 뒤로 미루겠다고 하면 누가 우리 말을 믿겠냐?
그리고 또? 대책이 늦어진 이유가 그게 다야? 원전문제도 있다고? 탈원전한다고 원전 가동 줄인 대신 석탄발전을 많이 해서 미세먼지가 많이 생겼는데, 그렇게 고백하면 탈원전 명분이 뒤집어진다고? 말이 되네. 뭘 오래 머리에 담아두지 않는 국민이니 바람 불고 비 내려서 미세먼지 안 보이면 불평도 사라질 거라는 말은 맞아. 그런데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내릴 것 같으니 늦었더라도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거지?
그래, 준비한 대책은 뭐야? 서해안에서 중국과 협력해 인공강우를 다시 추진하고, 차량 2부제 운행도 검토하겠다 발표한다고? 안 돼~~~! 둘 다 안 돼~~~! 서해안 인공강우는 이미 실패했잖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우기면 된다고? 국민들이 믿겠냐? 차량 2부제는 전 국민적 동참이 필요한데 그게 되겠어? 차가 있어야 하루라도 먹고살 사람들 생각은 해봤어? 2부제 하면 그 사람들 금방 돌아설 텐데, 우리 지지율은 어떻게 하려고? 큰일 하려면 희생이 따르는 법이라고 설득하겠다고? 그것뿐이야?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으로 마스크 쓰고 도보 출근하겠다는 걸 집어넣으면 반발이 좀 누그러질지도 모른다고? 안 돼~~~! 그게 무슨 대책이냐? 해외 언론에도 나오겠다. 한국 고위 공무원들, 코미디도 한다고.
야외용 공기정화기 개발은 뭐야? 대도시 공공시설 옥상이나 지하철 배출구에 대형 정화기를 달아 미세먼지를 걸러내겠다고? 그게 효과가 있을까, 말처럼 잘될지 모르겠네. 하지만 될 가능성 있으면 제조, 유통, 설치 및 애프터서비스 등 사업권 관리를 잘 하라고. 엉뚱한 곳에 주지 말고 도움이 될 사람들에게 주는 방안을 검토해 봐. 하지만 소문 나지 않게 조심해. 태양광 발전처럼 또 나눠 먹었냐고 뒷말 나면 귀찮아져.
환경단체는 괜찮지? 지난 정권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당장 숨넘어간다며 난리쳤지만 이번에는 가만있겠지? 걱정하지 말라고? 그 사람들 곧 모여서 원전 재가동하면 핵폐기물이 더 걱정된다는 시민선언을 할 거라고? 안 돼~~~! 느닷없이 무슨 시민선언이냐? 당장 숨 막혀 죽을 지경인데, 핵폐기물 대책이 시급하다고 나서면 진짜 시민들이 열 받아, 열 받아서 뒤집어진다고. 우리랑 짰냐는 말도 나올 거야. 후쿠시마 원전사고 8주기가 곧 오는데 그때도 대규모 시위를 벌일 거라고? 후쿠시마에서 방사능 때문에 죽은 사람 없다는 거 다 알려졌는데, 그게 먹히겠어? 어쨌든 환경단체들 잘 챙기라고. 우리를 돕는 사람들이잖아. 우리도 도울 게 있으면 도와주라고,
그런데, 정말 중국에는 아무 말 안 하기로 한 거야? 우리가 제대로 항의를 하지 않으니까 중국이 저렇게 막무가내가 된 거 같은데, 적당히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위에서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알았어. 준비한 거 그대로 발표해. 언론이 시끄럽겠지만 우리 편 드는 언론도 있잖아. 하여튼 바람 불고, 비 자주 오도록 빌자고. 그럼 다 오케이 아니냐? 그렇지?>
2년 반 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KBS 개그콘서트 인기코너였던 ‘비상대책회의’를 패러디한 ‘키워드’를 썼었는데, 이번에 또 패러디하게 됐다. 역사는 이런 식으로도 되풀이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