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졸업 뒤 미국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따고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 씨는 모국에서 일하는 게 매력적이지 않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에서 취직 자리도 알아봤지만 보수, 대우 등 모든 게 미국과 비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까지 유능한 해외 과학기술 인력 1000명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증강현실 분야의 인재 부족을 대비해서다. 실제 작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보고서를 통해 AI, 클라우드, 가상·증강현실, 빅데이터 분야에서 2022년까지 국내 개발자 3만1833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국내로 오는 해외 연구 인력에게는 지금보다 8000만 원 많은 최대 연 2억 원까지 보수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연구 여건을 개선하고 국내 정주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유인책이라고 홍보했다.
정말 파격적일까.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다 버리고 올 만큼 큰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재 영입의 경쟁국가 중 하나인 중국 정부는 ‘천인계획’을 통해 유능한 연구 인력의 귀국 전 근무 조건을 보장하고 의료보험, 자녀교육비에 최대 8억5000만 원의 연구 자금도 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졸업한 학사 학력의 연구원도 미국의 정보통신기술(ICT)업체에서 3억 원이 넘는 초년 연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66.8%가 미국 잔류를 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
돈만 문제가 아니다. 해외 인재를 키워주기는커녕 발도 못 붙이게 하면서 ‘고도의 정치력’까지 요구한다.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를 그만두고 한국에 왔던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은 작년 11월 1년8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연구비 부당집행이 이유였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임용됐다는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미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석좌교수를 그만두고 한국과학기술원(KIST) 원장으로 왔다가 2010년 1년2개월 만에 낙마한 한홍택 전 원장과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석좌교수였던 서남표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이 2013년 중도 퇴임한 이후에도 정부가 전혀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는 이런 일회성 정책보다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라는 한 사립대 교수의 주장을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