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에 거액 익스포져 한도규제를 도입한다. 거래상대방의 부도에 따른 은행의 대규모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통제관계나 경제적 의존관계로 연계되는 그룹에 대한 은행의 익스포져를 국제결제은행(BIS)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통제관계란 의결권을 과반 보유하거나 이사임면권이 있는 등 지배력을 행사하는 관계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개념과 유사하다고 당국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제적 의존관계란 기업의 부실화나 부도위험이 다른 기업으로 퍼질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단 기본자본의 5% 초과 익스포져만 적용한다.
익스포져에는 대출 등 자금지원 성격의 신용공여와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 및 보증제공자의 보증금액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보증기관 A의 50% 보증서를 담보로 차주 B에게 100억 원을 빌려줄 경우, A와 B에 대한 익스포져가 각각 50억 원씩 발생한다.
단, 서민생활 안정에 미치는 영향, 해외사례 등을 감안해 일부 익스포져는 한도에서 제외한다. 주택 관련 대출 등 서민생활 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대출에 대하여 보증기관이 제공한 보증 익스포져나, 국책은행이 정부의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주식 익스포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경제나 은행의 채권확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경우나 은행의 귀책사유가 없는 불가피 사유 등은 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기업구조조정 등을 위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 중인 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신용공여로 인한 한도 초과나 기업 간 합병 등 연계된 거래상대방의 변동, 은행의 기본자본 감소, 환율변동으로 원화환산액이 증가한 경우, 위기 상황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은행 간 거래로 한도가 불가피하게 초과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 같은 내용의 행정지도를 3월 3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은 은지점?인터넷전문은행ㆍ산은ㆍ수은을 제외한 국내은행이다. 바젤 기준의 모호성이나 한도관리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등 규제 준수를 위한 은행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정식도입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행정지도 기간 동안 분기별 현황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토록 해 앞으로 정식 도입을 할 때 해당 내용을 반영하고, 올해 중에 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며 “정식 규제도입 시기는 국제동향 및 시범실시 결과 등을 감안하여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