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시장이 정규직 시장과 단기 노동 시장으로 나누어지는 양분화가 또렷한 양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대홍기획과 함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5년 동안의 구직 시장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12일 알바천국에 따르면 이번 분석은 대홍기획의 디빅스(D-BIGS) 툴을 활용한 결과로, 대상에는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등과 같이 소비자 버즈가 활발히 일어나는 소셜 데이터와 중복을 제거한 뉴스 기사가 포함됐다.
그 결과, 현재 구직 시장은 △미래 △직장 △열정 이직 등의 키워드와 연관돼 언급되는 '정규직 시장'과 △단기 △시급 △알바 △프리터 △수당 등의 키워드와 연관되는 단기 노동 시장으로 양분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 단기 노동 시장을 대변하는 키워드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가 확인됐다. △알바 △아르바이트 △시급 △프래린서 △수당 등과 같은 단기 노동 시장의 키워드량은 2014년 4994건에서 2018년 2만1131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가 하면 2017년부터는 단기 노동 시장의 대표 키워드의 언급 빈도수가 정규직 시장을 대표하는 키워드의 언급 빈도수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2014년도에 정규직 시장 대표 키워드 언급 빈도 70%, 단기 노동 시장 대표 키워드 언급 빈도 30%의 비율이었다면, 2017년도에 들어서는 단기 노동 시장 대표 키워드 언급 빈도 53%로 절반 이상의 구성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단기 노동 시장 대표 키워드 언급 빈도 58%를 나타내, 이 추세는 당분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알바천국 관계자는 "최저임금제, 주휴수당 등의 경제사회적 이슈와 소확행 타깃 트렌드가 맞물려 구직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자의든 타의든 많은 이들이 짧은 기간 단위의 일자리와 그런 일자리를 위해 근무할 사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알바’ 키워드의 변화를 읽어보면 더욱 분명히 알 수 있다. ‘구직’과 관련한 연관 키워드 중 ‘알바(알바+아르바이트)’ 키워드는 2015년 언급 빈도 총량 4202건으로 20위권 밖에 머물러 있었으나 2018년도에는 6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 3년간 ‘구직’ 시장의 주요 키워드였던 ‘이력서’, ‘경력’, ‘면접’ 키워드들의 언급 빈도를 제친 결과라는 것이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최저임금제와 주휴수당에 대한 정부 정책 실행이 가시화됐던 2018년도에는 ‘알바’를 둘러싼 의미의 맥락이 드라마틱 하게 변화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바’와 연관돼 상위권에 떠오른 키워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2017년도까지는 알바의 의미가 △돈 △시간 △시급 등 알바의 ‘조건’과 연관 지어져 나타났다면, 2018년도에는 △일자리 △구직 △구인과 같이 알바의 ‘목적’, ‘일자리 그 자체의 의미’로써 나타나고 있다.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고용주들의 마음과 일자리가 줄어들까 염려하는 구직자들의 마음이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알바천국은 이번 빅데이터 분석이 구직 시장의 맥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알바’는 정규직 시장의 보조직으로 여겨지거나 정규직으로 가기 위해 잠시 거치는 자리 정도로만 여겨졌다면 앞으로는 ‘알바’ 시장이 정규직 시장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는 견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언급하고 있는 ‘세포마켓’의 양상(소비 지형이 점차 세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머지않아 직업 시장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직업이 △시간 △직무 △숙련도에 따라 세분화되는 직업세포마켓의 시대가 오면 ‘커다란 의미의 알바’ 시장이 정규직 시장을 양적, 질적 규모 모든 면에서 넘어서게 될 수도 있다.
대홍기획 디빅스 관계자는 “옛날식 정서적 계약에 의존해 모호한 눈치싸움을 하며 계약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는 알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앞으로의 알바 시장은 구인자와 구직자 모두 직업세포마켓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분명하게 계약조건을 만들고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계약조건을 이행하는 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