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 중국의 생산억제정책 후퇴와 미국 정부의 추가 관세에서 비롯된 다른 국가들의 수출 감소 등으로 철강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과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종을 울렸다.
철강은 물론 섬유 연료와 대두 등에서도 공급과잉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면서 대두 등 상품 가격이 침체돼 대공황이 일어났다. 만일 지금의 글로벌 무역긴장이 더욱 악화하면 많은 상품 가격이 하락해 경기침체를 초래할 리스크가 커진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달 말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오는 3월 1일 마감시한까지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협상대표단이 14~15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합의안 도출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열지만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미·중 무역 전쟁은 물론 새로운 관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오는 17일 백악관에 자동차 관세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90일 안에 유럽연합(EU) 등에 새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미국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긴장 영향으로 산업 자재에 대한 가격 하락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에서 가전제품과 건자재 주요 재료 중 하나인 열연코일의 대아시아 수출 가격은 현재 1t당 550달러 안팎으로, 600달러 이상이었던 지난해 가을과 비교하면 10% 이상 싸졌다. 그 배경에는 중국제의 가격 하락이 있다. 중국산 열연코인은 지난달 하순 시점에 가격이 t당 467달러 전후로, 지난해 여름에 비해 20% 이상 낮아졌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중국 등의 수입산 철강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악화 불안에 중국 내 설비투자도 둔화했다. 이는 세계적인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글로벌 철강 소비가 전년보다 1.4% 늘어난 16억8120만 t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3.9%를 밑도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철강생산량은 제품소비량보다 1억5000만 t 많았다. 이는 2017년보다 12% 늘어난 것이며 최근 저점인 2016년에 비해서는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섬유 연료 카프로락탐 대아시아 수출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1670달러로, 전월 대비 약 15% 하락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중 무역 마찰에 따른 중국 의류 수요 감소 전망이 주요 원인이다.
대두도 과잉공급이 우려된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가을 전 세계 대두재고량이 1억672만 t으로 전년보다 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