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올 하반기를 대북사업 재개의 적기로 보고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유상증자에 앞서 자금 사용 계획을 구체화한 상황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전날 유상증자를 위한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다. 이미 지난달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도해온 현대아산이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현금 확보 수순이라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당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로 진행되며 조달금액은 총 500억 원이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조달 자금의 사용 우선순위에서 대북사업은 시점상으로는 후순위(4~6위)에 속한다. 조달 자금은 우선 △면세상품 구매대금 △건설부문 외주비 △사무실임차료·관리비 등에 사용된다. 3~4월부터 사용될 예정으로 금액은 총 150억 원이다.
대북사업은 총 35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3분기에 240억 원, 4분기에 110억 원이 사용된다. 사실상 이번 유상증자의 주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금강산과 개성에 위치한 시설들을 개보수하고 장비 등 비품을 구입하는 데 340억 원이 투입된다. 현대아산은 자금 투입 시기를 7월로 내다보고 있으며 3~4분기에 걸쳐 △호텔·숙소 등 보수 및 교체 △차량, 통신·전산장비 구입 등에 자금이 활용된다. 이후 10억 원이 개성공단 2단계 준비 등의 작업에 쓰인다. 개성공단 2단계는 남북경협과 관련한 현대아산 사업의 청사진으로, 1단계였던 개성공단 사업의 정상화가 전제조건이다.
현대아산 측은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경우 개성공업지구 총개발업자로서 1단계 공장구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2단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정상화가 관건인 만큼 현대아산은 자금 사용 시기를 전체 계획 중 가장 나중인 10월로 예정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2007년 영업이익 196억 원을 기록했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의 피살 사건과 함께 사업이 중단되면서 적자전환했다. 2008년 이후 대북 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와 함께 별도로 국내 건설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지만 주력 사업의 부재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35억 원, 당기순손실은 193억 원을 기록했다.
대북사업 재개에 대해 현대아산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남북 정상회담 소식 등으로 남북경협주가 급등하는 가운데서도 사업 재개가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도 마련한 상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개성, 금강산의) 시설자금은 대북사업 재개 여부 및 내부 의사결정에 따라 예상하고 있는 시기에 사용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해당 금액은 (면세품 구매대금, 건설 외주비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