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정치적 독립성 보장 안돼…‘재벌저격수’ 변질 우려

입력 2019-01-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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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상장사 경영권 개입을 공식화했다. 개입 근거는 ‘국내 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이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이다.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 안팎에선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경영권 행사를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데다 여론 등 외압에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 기준 공개 = 국민연금은 18일 투자 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 지침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은 지분율 5%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 비중 1% 이상인 기업 중 △짠물 배당 기업 △이사 연봉 과대 기업 △5년 내 국민연금이 임원 선임을 2번 이상 반대한 기업 △횡령·배임·부당지원행위·사익 편취 기업 등이다.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을 ‘중점 관리기업’으로 선정, 집중 감시한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율 5% 이상인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297곳이다.

국민연금은 중점 관리기업 경영진을 1년간 비공개로 만나 개선책을 논의하고, 변화가 없으면 공개서한을 보낸다. 중점 관리기업이 공개서한을 받은 이후에도 개선 여지가 없으면, 이사·감사 등을 선임하자는 주주 제안을 하거나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리를 행사하는 셈이다.

◇대기업 길들이기와 투명·공정한 주주권 행사 사이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오늘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라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항공(국민연금 11.56% 보유)과 한진칼(7.34% 보유)은 총수 일가의 각종 사익 편취, 배임, 갑질 논란 등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박 장관이 직접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에 관한 견해를 밝혔으며, 국민 여론도 이를 지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박 장관의 발언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안건을 논의하기 전에 나온 만큼 성급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발언 직후 진행된 당시 회의에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최종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는 2월 초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정치 개입 방패막이 대책 논의해야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운용위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정부 부처 차관 4명이 20명의 기금운용위원에 속해 있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 위원 14명도 기금 위원들의 추천을 받아 결국 복지부 장관이 위촉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만들어졌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주주권 행사 분과와 책임투자 분과 등 2개 분과로 구성됐다. 주주권 행사 분과는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소장 등 9명이, 책임투자 분과는 이재혁 고려대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14명의 위원 중 9명이 친정부 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외부 자문기관에 위탁한다. 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정부의 경영 개입 여지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의 선행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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