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전했던 북미펀드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지고 있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펀드에 유입되고 있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북미펀드에서 차익 실현 자금이 유출되는 사이 신흥국펀드는 지난해보다 투자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북미펀드에서는 372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최근 1년간 336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중국펀드에서는 427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며 지난 1년간 480억 원이 빠져나갔지만 최근 한 달 새 자금 방향이 전환됐다. 인도펀드와 베트남펀드에도 최근 한 달간 각각 84억 원, 53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수익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북미펀드는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8.95%로 일본펀드(-9.70%)에 이어 20개 지역펀드 중 가장 저조했다. 같은 기간 중국(-3.98%)과 베트남(-6.87%), 인도(1.54%) 등 신흥국펀드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북미펀드는 지난해 3분기까지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한때 10%를 훌쩍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지난해 신흥국펀드 수익률이 대외변수 여파에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5% 안팎의 꾸준한 수익률을 이어갔다. 하지만 ‘검은 10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북미펀드의 자금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북미펀드에 지난해 11월까지 자금 유입이 됐지만, 미국 증시에 변동성이 커지자 차익 실현 자금이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북미펀드는 자금 유출입 측면에서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수익을 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 욕구가 자극된 상황”이라면서 “지난해 북미펀드 성적이 워낙 좋아 올해 예상을 뛰어넘는 폭으로 수익률이 오르지 않는 이상 차익 실현 움직임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신흥국펀드에 대한 관심도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수소비 성장국인 베트남과 인도는 올해 투자 환경이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 (증시) 하락률이 높았던 중국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지난해보다 낮아졌기 때문에 수익률 눈높이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