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이마트가 광주신세계 마트 사업 양수를 결정하면서 신세계 그룹의 경영 승계도 주목받고 있다. 광주 신세계가 향후 오너가 지분 증여의 핵심 열쇠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주신세계는 지난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대형마트 사업부문을 주식회사 이마트에 양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광주신세계는 지역에 별도로 설립된 독립법인으로, 신세계 그룹의 통제보다는 법인 내 자체적인 경영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번 양도로 마트 사업은 광주신세계의 손을 떠나게 됐다.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양도를 통해 백화점 사업부문에 집중할 수 있고 이마트는 대형마트 사업 전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 집중을 통해 경영 효율화가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양도는 사업적 목적보다 승계 측면이 더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광주 신세계의 마트 실적은 최근 감소세다. 지난해 마트 사업의 영업이익은 약 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2% 줄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익은 18억 원으로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9.1% 감소했다. 무엇보다 광주신세계 전체 37%를 차지하는 매출 비중과 달리 영업이익 비중은 5.14%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마트사업이 전체 실적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광주신세계가 ‘사업 효율화’를 언급하며 광주점을 양도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용진(이마트)-정유경(백화점) 남매의 경영 분리를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다. 올초 신세계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150만 주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남매 경영 작업을 시작했다. 나아가 이번 양도는 정 부회장의 지분 증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8%로 최대주주지만, 이마트 지분은 9.8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이마트 지분(18.22%) 증여가 추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여 작업 시 지출되는 증여세에 필요한 현금은 정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매각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양도는 정유경 사장의 신세계에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 앞서 마트 사업을 미리 떼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내년을 지분 증여 시기로 보고 있는데 증여세를 납부하기 전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어느 수준에 머물지도 관심사다. 이 회장의 이마트 지분 18.22%는 26일 종가기준 9193억 원으로, 증여세는 지분 전량의 60% 규모인 5500억여 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정 부회장의 광주 신세계 지분가치는 약 1462억 원으로, 증여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이마트 주가의 저점에서 증여를 받는 게 보다 중요해졌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가 정 부회장이기 때문에 향후 지분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향후 신세계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정 부회장 중심으로 승계되기 위해선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 지분을 증여 받기 위해 납부할 세금 마련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