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관성을 상실한 채 노사 양측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처방을 내놓으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의 비난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약정휴일시간과 약정휴일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서 빼기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을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고액연봉자인데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는 경우에는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을 주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계산할 때 법정 주휴시간과 약정휴일시간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올해보다 내년에 최저임금도 10% 넘게 오르는데, 여기에 주휴시간까지 포함하면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경영계의 반발에 정부가 법정 주휴일만 계산에 넣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주휴수당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땜질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임금체계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휴수당 존치 여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고정급이 돼서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휴수당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과 관련해서 제외하고 판단하는 게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처벌 유예 기간을 내년 3월 31일까지로 연장한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전적으로 사용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계도기간을 늘릴 게 아니라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계는 “의미가 없다”며 수정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기본급을 올려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상여금을 나눠 받는 방안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고용부가 현장을 알지 못하고 임금체계 운운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노동계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고용노동부가 올해 8월 10일부터 9월 19일까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뒤 이달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보도자료까지 낸 사항을 정부가 다시 뒤집어 버렸다”며 “입법예고까지 한 사안을 기업과 사용자단체의 로비를 받아 뒤집으려고 한 것은 절차적, 실체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기업과 사용자 단체의 눈치를 보고 이미 결정된 사항을 뒤집는 사태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