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R&D법인, 10년 물량 약속했지만…그후 생산라인 가동 물음표

입력 2018-12-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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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물량 보장 받았지만...전문가 “생산법인 철수 시간문제”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의 연구개발(R&D)사업 부문 분리에 동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R&D법인 신설이 장기적으로 한국 자동차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은 이번에 유리하게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지엠의 기업가치가 증가하고, 그 부가효과로서 자동차 부품산업도 개선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이 GM과 별도의 기술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생산법인의 부실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건이었던 기술계약… 산은 “10년간 연구개발 물량 확보” = 이번 합의에서 관건은 법인분리 시 기존 한국GM과 GM글로벌연구센터(GTO) 사이에 맺었던 비용분담협정(CSA)을 어떤 식으로 이어가는가 하는 부분이었다. CSA는 GM의 연구개발에 대한 비용을 한국GM과 글로벌GM이 분담하는 대신, 기술개발에 대한 일부 사용권을 한국GM에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GM 자동차 생산과 관련된 기술, 지식재산권(지재권)에 대한 계약이다.

만약 법인분리 이후 CSA에 해당하는 계약이 신설법인에만 적용된다면 결국에는 한국GM은 생산만 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 회생법원 부장판사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판매 주기를 보면 고작 6년”이라며 “그 이후로 판매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얼마나 활발히 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하지 못하는 생산법인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앞서 산은과 한국GM이 주주총회 개최를 두고 법정 공방을 이어갈 때 핵심 쟁점이기도 했다.

산은은 이번 합의를 통해 보다 나은 조건의 기술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CSA는 예정대로 이달 말에 만료된다. GM 측은 이를 갱신하는 대신 새로운 계약을 맺기로 했다. 신설법인과 GTO 간 ‘엔지니어링 서비스 계약’과 생산법인과 GTO 간 ‘테크놀로지 라이선스 계약’이다.

이 계약을 통해 산은은 한국GM이 장기적으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고, 앞으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18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계약에 대해서는 조건이 보다 나아지고, 기간 측면에서 장기 확약이 되는 등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5월 합의에서는 생산에 대한 물량 배정을 약속했었는데 이번에 법인분리에 따라 연구에 대해서도 10년간 물량 확보를 보장받았다”며 “또한 한국을 준중형SUV와 CUV에 대한 연구개발 거점으로 지정해 모든 연구를 한국에서 하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법인이 생기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개발 단계에서 같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업체도 한국GM에 부품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나 능력이 훨씬 커진다”고 평가했다.

◇“GM은 생산라인 철수할 수밖에 없다”… 생산법인 자생할 수 있나 = 문제는 10년 뒤다. 그 전까지는 이번 합의에 따라 GM이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에서 철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그전이라도 어떤 외부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10년 뒤의 보장을 문서로 구속력 있게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전 세계 자동차 산업구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GM의 생산법인과 연구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10년 뒤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은 메리 배라 회장 지휘 아래 글로벌GM 효율화,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은 노조도 그렇고 여러모로 가성비가 떨어지는 나라”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생산라인에서 철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높은 생산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GM이 언제까지 한국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GM이 나중에 이익이 되는 연구법인만 살리고 생산법인은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이 GM 측과 물밑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산법인도 연구법인과 같은 지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이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신설법인과 생산법인이 GTO와 각각 다른 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생산법인의 부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설법인과 생산법인이 GTO와 별도의 계약을 맺은 것을 보면 기술에 대한 권리에서 두 법인이 다른 차원의 내용으로 보인다”며 “만약 생산법인이 단순히 GTO에서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에서 기술계약을 맺었다면 앞으로 GM이 생산법인을 포기할 때 생산법인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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