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사회책임투자)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대부분이 "환경, 사회, 경제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선별해 해당 기업 주식에 투자를 하며, 합당한 종목 선별을 위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 심사와 재무적 판단 분석을 통해 종목군을 평가, 엄선해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따르는 SRI 펀드는 과연 얼마나 될까?
한마디로 이런 추상적인 기준으로는 종목 선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도 힘들고 진정한 SRI 펀드에 대한 의미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 현대차, 신한지주가 6개 펀드에, LG가 4개 펀드에, 삼성물산이 3개 펀드에 편입돼 있는 등 대형주들이 대거 편입돼 있었다.
이는 일반 대형 성장형 펀드에서 편입하고 있는 종목과 별반 다른 게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SRI 펀드는 장기 수익률에서도 기대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장성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거둔다는 가정 하에서 출발한 것이 SRI 펀드가 아니었던가.
에프앤가이드의 분류에 따라 6월 9일 기준으로 해외 SRI펀드의 1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주식자ClassC1'이 18.40%, '알리안츠GI글로벌에코테크주식 1(C/A)'이 9.99%를 기록해 해외주식형펀드 평균인 7.60%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외의 펀드들은 2.52%(한화글로벌북청물장수주식 1(C3))부터 -13.95%(대신글로벌SRI주식종류형재간접자1)까지 수익률 격차를 보이며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을 훨씬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SRI 펀드의 경우에도 1년 수익률이 최고 17.51%(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주식 1ClassC1) 부터 최저 5.28%(Tops아름다운SRI주식 1-A)까지 수익률 격차가 컸다.
에프앤가이드의 정지영 펀드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의 경우 SRI 펀드 투자가 보편화돼 있으며 사회적 책임에 주력하는 기업의 매출이 장기적으로 높고, 따라서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SRI 펀드의 수익률이 우수하다는 것이 여러 차례 통계적으로 검증 된 바 있다"며 "국내 시장도 연기금이 SRI 펀드 투자에 나서면서 관심이 고조됐고 이들 펀드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는 있지만, 그 역사가 외국에 비해 너무 짧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국내시장에서 설정된 SRI 펀드는 설정규모가 50억원도 채 되지 않은 소규모 펀드들이 많고, 설정된 지 1년 이상 된 펀드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수익률을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어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펀드애널리스트는 "SRI 펀드가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 운용사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투자기준을 공시해야 한다"며 "또한 투자자들은 투자설명서 및 운용보고서 등을 통해 어떠한 철학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며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는지 포트폴리오 내역 등을 꼼꼼히 살펴 무늬만 SRI 펀드는 아닌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