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IPO 공모가를 주당 1500엔(약 1만4986원)으로 확정했다. 소프트뱅크 주식은 오는 19일 도쿄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조6500억 엔(약 235억 달러)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1980년대 후반 NTT(약 2조3000억 엔)를 뛰어넘는 일본 최대 규모다. 아울러 세계적으로는 지난 2014년 뉴욕증시에서 250억 달러를 조달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에 이은 역대 2위 수준이다. 공모가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7조 엔을 넘어 일본 상장사 중 상위 10위권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IPO 공모가는 상한과 하한 범위를 임시적으로 정하고 나서 수요 동향을 감안해 최종 가격이 결정된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임시 조건 단계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는 이례적인 절차를 밟았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일본 내 이동통신사들의 가격 전쟁을 고려하면 IPO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IPO 발행주식의 약 90%는 소매투자자들에게 배분된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전국적으로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고자 TV 광고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FT는 소프트뱅크의 배당수익률이 5%로 다른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서 많은 개인투자자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소프트뱅크 상장은 SBG를 글로벌 기술 투자기업으로 완전하게 자리매김하려는 손정의의 원대한 계획에서 핵심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일본 이통사인 소프트뱅크와 알리바바 지분 등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업체 SBG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손정의는 소프트뱅크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더 많은 인수·합병(M&A)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IPO는 온갖 잡음과 악재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일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제공한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4000만 명 이상인 일본 소프트뱅크 사용자들이 4시간 동안 접속 장애 불편을 겪었다. 이에 도쿄와 오사카의 소프트뱅크 대리점에 항의가 빗발쳤고 많은 고객이 소셜미디어에 이통사를 바꿀 계획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한가운데 있는 화웨이와의 관계도 부담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3대 이통사 중 유일하게 4세대(4G) 네트워크 일부에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를 쓰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일본 정부 정책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차세대 통신망인 5G 공급업체를 고를 때 정부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SBG는 소프트뱅크 상장 후에 자회사 지분 약 66.5%를 보유할 예정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사로 있어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