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가 80개월째 계속됐다. 특히 상품수출 흑자폭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0월 흑자는 영업일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추석연휴를 제거하기 위해 9~10월을 같이 봐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이 우려와 달리 호조를 계속하고 있는데다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 적자폭도 1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중간 무역분쟁 우려가 격화하면서 외국인 주식 매도는 5년4개월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상품수지 흑자는 전년동월(86억달러)보다 27.9% 증가한 110억달러로 확대됐다. 상품수출은 28.8% 증가한 572억4000만달러를, 상품수입은 29.0% 늘어난 462억4000만달러를 보였다. 이는 각각 7년3개월(2011년 7월 29.7%)과 6년8개월(2012년 2월 33.5%)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상품수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최대치는 2013년 10월 기록한 568억2000만 달러였다. 중계무역순수출도 16억7000만달러로 2014년 4월(17억2000만달러) 이후 4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관기준으로 보면 10월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2.7% 증가한 549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제품(75.2%)과 기계류·정밀기기(49.0%)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반면, 선박(-55.7%)과 정보통신기기(-5.5%) 등은 감소했다.
수입도 전년동기보다 28.1% 늘어난 484억8000만달러를 보였다. 원자재(38.4%)와 자본재(11.3%), 소비재(34.9%) 모두 증가했다.
최정태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영업일수 확대가 가장 큰 요인이다. 동남아에서 가격대비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석유제품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 호조와 미국과 중국 등 건설인프라 투자에 설비기계와 건설기계가 좋았다”며 “베트남에 위치한 삼성전자 등 영향에 해외생산 수출도 좋아 중계무역순수출도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출을 9~10월 평균으로 보면 작년엔 10% 정도 증가했고, 올핸 9.9% 늘었다.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려와 달리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좋다는 평가다. 실제 반도체 수출은 2016년 627억달러, 2017년 1004억7000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1~10월중 1094억40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또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도 통관기준으로 2016년 89억5000만달러, 2017년 197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10월 중에도 170억8000만달러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팀장은 “반도체와 관련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올해 굉장히 높다. 우려와 달리 올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출은 괜찮다. 증가율은 앞으로 둔화하겠지만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며 “설비투자 역시 무한정 계속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간 무역분쟁 우려속에서도 세계교역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중 세계교역량은 전년동기대비 11.8% 증가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여행수지 개선 등으로 전년동월 35억3000만달러에서 22억2000만달러로 축소됐다. 여행수지는 적자폭은 9억5000만달러에 그쳐 2016년 11월(7억5000만달러 적자) 이후 가장 낮았다. 이는 중국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입국자수가 증가한 때문이다. 실제 10월 입국자수는 전년동기보다 31.1% 증가한 15만2800명을 기록했다.
최 팀장은 “외국인 주식투자는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주식시장 약세 등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로 크게 줄었다. 반면 채권투자는 만기도래 채권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면서 감소폭이 축소됐다”며 “11월엔 미중 무역전쟁 완화와 관련한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도 개선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0월중 흑자폭은 668억7000만달러다. 무역수지 흑자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한은의 올해 전망치 700억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