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쓴 데 이어 현재 진행 중인 스즈키컵 우승에 한발 다가선 상태다. 현재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1차전 승리를 거둬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승승장구하자 현지에 진출한 유통, 식품, 소비재 등 한국 기업들은 박항서 효과에 힘입어 한류 열풍의 가장 큰 수혜자로 떠올랐다. 한국에 우호적인 베트남 국민이 늘면서 K-푸드, K-뷰티는 현지 소비자 밀착 마케팅이 한창이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글로벌 롯데를 강조해온 신 회장이 베트남을 먼저 찾은 것은 베트남의 한류 열풍도 한몫했다.
신 회장은 하노이에 도착해 2014년 완공된 롯데센터 하노이와 2022년 완공 예정인 롯데몰 하노이 등 현지 사업장을 둘러본 후 하노이 시장을 만났다. 베트남은 롯데제과·백화점·마트·시네마·지알에스·자산개발·호텔 등 1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롯데의 주요 해외 전진기지다.
이 중 롯데마트는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2008년 12월 대한민국 유통업체 최초로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현재 베트남에서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13개 점포에서 지난 아시안게임 당시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응원전을 펼쳤다. 생수와 음료 등을 무상 제공하면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이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박항서 효과를 실감하고 2020년까지 베트남 내 점포를 87개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또 대형마트 외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형태의 출점도 고려 중이다.
국순당은 스즈키컵 개최 시기에 맞춰 지난달 초부터 베트남 주요 대형마트와 업소 등에서 ‘스즈키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국순당은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국순당 막걸리 병뚜껑에 축구공 디자인을 접목시켰고 현지 주요 대형마트 등에서 막걸리 시음행사와 함께 ‘국순당 막걸리 축구 게임 세트’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한식당에는 축구게임용 테이블 매트를 비치해 막걸리 알리기에 나섰다. 국순당은 축구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 2015년 37만 병이던 베트남 막걸리 수출량이 지난해 53만 병으로 증가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올초 베트남 호찌민 1지구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론칭 당시 모델로 베트남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르엉 쑤언 쯔엉(Luong Xuan Truong)을 발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이준코스메틱은 동남아 K-뷰티 격전지로 꼽히는 베트남 시장 공략을 위해 축구 마케팅을 펼치며 현지에 진출한 후 현지 소비패턴을 고려한 미백, 홈케어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07년 4975만 달러였던 베트남 농산물 수출액은 박항서 감독의 선전으로 올해 10월까지 누적 수출액 4억7000만 달러(약 5200억 원)를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7% 성장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