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은 28일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 지주회사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장이 회장직 퇴진이라는 용단을 내린 데는 새롭게 창업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아들로 코오롱 그룹을 물려받아 경영해왔지만, 특권과 책임감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새롭게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그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불가실(時不可失), 지금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아 떠난다”고 말했다.
또한 이 회장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며 “그 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는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이 회장이 어떤 분야에서 창업을 도전할지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회사 내부에선 코오롱 그룹의 기존 사업과는 다른 분야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신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룹 일각에선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코오롱 전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리베토와 연관된 사업을 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관계자는 “회장 퇴진 소식이 전해진 뒤 코오롱글로벌 자회사인 부동산 관련 스타트업과 연관된 창업을 할 수 있다 얘기가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로 쉐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회사는 리베토다. 리베토는 전용 쉐어하우스 브랜드인 커먼타운 운영을 주로 맡으며,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과 계약하고 임대주택으로 개발한 뒤 임대 운영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한다. 이 사업은 이 회장의 꾸준히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라고 주문한 데 따라 새로 진행된 사업이다.
만약 이 회장이 이와 관련한 창업을 한다면 코오롱그룹의 차세대 사업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지만, 이미 사업 부문이 코오롱그룹과 겹치는 측면에선 이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어느 분야에 창업을 할진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며 “리베토와 관련해선 전해들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는 급변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조직이 유연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을 바꾸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그룹의 최종 의사 결정은 이 회장이 해왔으나, 내년부터는 후임 회장은 없이 주요 사장단 협의체인 ‘원앤온리 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이미 코오롱은 최근 몇년간 인사를 통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최고경영자(CEO)라인을 구축했다.
이 회장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된다”며 “새로운 시대,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그 도약을 이끌어 낼 변화를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 역시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고 고백하면서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 회장의 퇴진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것이란 관측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규호 전무가 경영권을 바로 승계하지 않았지만, 본격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조만간 4세 경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회장 역시 40세의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만큼 이 전무 역시 이른 나이에 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분 승계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984년생인 이 전무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해 구미 공장에 배치돼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4년엔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겨 건설현장을 관리했고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로 복귀하면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어 지주사 ㈜코오롱의 상무로 승진해 전략기획을 담당하다 2019년 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그룹 관계자는”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 이라며 “그룹을 이끌 때까지 경영 경험과 능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과정을 중시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