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메리츠화재가 내놓은 펫보험은 반려견 의료비를 만 20세까지 보장해 사실상 평생을 보장한다. 또 국내 거주 반려견은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 슬개골 탈구와 피부, 구강질환 등을 기본 보장하는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펫보험 대중화와 정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이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반려동물의 신분과 나이 판별이 어려워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만으로는 확실하게 반려동물 구별이 어렵고,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의 경우 나이를 속여 가입할 경우 회사가 이를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해 있지만 실제 등록 동물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만 마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반려동물 수는 8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또 사람과 달리 표준진료비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현재 동물 진료비는 동물병원이 진료비를 스스로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물 진료비의 경우 사람과 달리 진료항목별 수가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병원마다 진료비가 다 다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선 동물병원이 의료비를 공시하는 공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2007년 국내 최초 반려동물보험 출시 이후 손해율 급증으로 판매가 중단된 사례 역시 변수다. 당시에는 재보험사로부터 협의 요율을 받아 사용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에 손해율이 100%를 초과해 손해보험사들이 반려동물보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후 관련 상품이 재출시됐지만, 지난해 3월까지 계약이 2000건에 그쳤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동물 등록제가 퍼져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반려동물 보험의 인식과 가입률이 증가하면 정확한 진료비 산출이나 보험요율 계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의 30.9%까지 증가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도 GDP 대비 0.11% 수준으로 미국(0.34%)과 일본(0.28%)에 비하면 성장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