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누적 수출액이 전년 대비 6.4% 늘어난 5053억 달러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수출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 수출이 사상 최초로 연 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했다. 내수 부문인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건설기성)도 전년보다 각각 19.3%, 16.6% 줄었다. 소매판매는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용지표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9월 취업자 수가 4만5000명 늘긴 했지만 30만 명이 넘었던 올해 1월 증가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특히 체감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 호조세가 생산과 내수 등 경기 전반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에 편중된 우리 수출 구조의 취약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9월 수출액(4504억 달러)은 전년보다 4.7% 늘었지만 반도체(959억 달러·비중 21.2%)를 뺀 수출액은 되레 1.8% 줄었다.
반도체 외 주력 품목인 선박(-45.9%), 가전(-20.7%), 무선통신기기(-17.6%), 디스플레이(-11.1%), 자동차(-7.2%), 자동차 부품(-2.6%)이 부진을 면치 못해서다.10월 누적 기준으로도 자동차 부품만 간신히 증가세(0.13%)로 돌아선 상황이다. 반도체 외 주력 품목은 설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와 달리 노동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들 산업의 수출이 부진하다 보니 ‘생산 감소→투자 감소→고용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경기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