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젊은 사회학자 외른 회프너는 우리가 하루 중 언제, 어떤 옷을 입고 어느 슈퍼마켓에서 무슨 제품을 사는지 남몰래 관찰하는 괴짜다. 그는 도심과 외곽 지역의 크고 작은 슈퍼마켓을 드나들며 그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통해 독일 사회의 구성원들을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타인을 꽤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이상적인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토록 많은 낯선 사람들이 오고 가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꾸밈없이 행동한다. 대부분 사람은 이곳에서 경계심이라는 방패를 내려놓는다.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면 인물의 성격은 물론, 그가 사회적으로 어느 집단에 속해 있고 어떤 취향과 기호를 지녔는지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매품을 기준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세대와 계층을 10가지로 분류했다. 시민 중산층, 디지털 원주민, 사회 생태적 환경주의자, 보수적 기득권층, 진보적 지식인층, 순응적 실용주의자, 전통주의자, 성과주의자, 쾌락주의자, 불안정층 등이다.
자동차를 끌고 온 여성을 통해 시민 중산층의 삶을, 자유분방한 옷차림의 남성에게선 '힙스터'의 태도를 엿본다. 또한, 비윤리적인 쇼핑 태도를 지적하는 아내의 잔소리 앞에서 환경주의자의 면모를 확인한다.
저자는 삐딱하게 제멋대로 남들을 관찰하고 평가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깎아내리지 않는다. 재치 있는 방법으로 타인과 사회를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서랍을 열자, 누군가를 우리 서랍에 집어넣어야 한다면 그들에게 다시 나올 기회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