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바라(Mary T. Barra)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실제 성사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당분간은 방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한국지엠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GM 회장이 방한한 것은 2002년 잭 스미스 전(前) 회장이 대우자동차 인수 당시 한국에 온 것이 유일하다.
30일 한국지엠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GM의 실적저하와 미국의 분기실적이 잇따라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외 사업장의 '법인분리'까지 회장이 직접 챙기기 쉽지 않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기업 CEO 입장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겠다’는 뜻은 ‘주요 현안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등장하겠다’는 의지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방한해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와의 만남이 성사될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 역시 “우리 정부나 산업은행의 입장에서도 방한하는 GM의 최고경영자를 만나게 되면 ‘R&D 법인분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방한 여부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배라 회장은 2014년 글로벌 부사장 신분으로 한국을 다녀간 적은 있지만 그룹 회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GM 회장의 방한 역시 2002년 잭 스미스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인수를 위해 한국에 온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메리 바라 회장의 방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이 시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지엠만큼 최근 미국 GM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08년 리먼쇼크 때 파산 위기를 겪었던 GM은 양적성장 대신 내실 경영으로 전략을 바꿨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판매하락에 이어 GM의 주가 역시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44.85달러에 거래됐던 GM 주식은 29일(현지시간) 기준 33.13달러에 거리를 마쳤다, 4개월여 만에 무려 26.13% 하락한 셈. 당장 안방인 미국부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가운데 국외 사업장, 그것도 철수나 매각이 아닌 ‘R&D 법인분리’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회장까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방한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도 없는 상태다. "이미 사안(R&D법인 분리)이 확정된 가운데 노동조합을 만나서 얻어낼 실익이 사실상 없다”는 분석도 한국지엠 내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2대 주주)까지 배제하면서 강행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철회’ 카드를 내놓거나, 폐쇄된 군산공장의 구체적 활용카드를 내놓지 않는 이상 방한의 실효성은 없는 상태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R&D 법인 분리는 장기적으로 한국지엠의 발전적인 미래 기반을 닦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폐쇄된 군산공장은 재개발이나 이전 등 다양한 대안을 가지고 여러 주체와 협상 중이다. 결과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