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모터쇼로 추앙받으며 올해로 120년을 맞은 프랑스 파리오토살롱(파리모터쇼)이 예년에 비해 위축된 규모로 개막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의 기술개발 초점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로 이동하는 가운데, 파리모터쇼가 새로운 트렌드를 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일본 메이커가 대거 불참도 선언했다.
세계 5대 모터쇼의 하나로 불리는 '파리모터쇼'가 내달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14일까지 대장정에 돌입한다. 파리모터쇼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번갈아 가며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는데 올해로 120주년을 맞았다.
파리모터쇼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북미오토쇼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일본 도쿄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자동차 전시 행사로 추앙받아왔다. 이 가운데 도쿄모터쇼는 2000년대 들어 일본 내수시장과 현지 수입차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5대 모터쇼에서 밀려났다. 이 자리를 대신해 중국의 오토차이나(북경과 상해 교차 개최)가 최근 위상을 높여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년마다 개최되는 파리모터쇼는 당장 참가업체의 규모만 따져도 이전보다 위축됐다. 주최측의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참가 업체는 28일 기준 204곳에 불과하다. 2014년(271곳)과 2016년(233곳)에 비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셈. 1990년대 말에는 300곳 넘는 완성차 및 부품업체가 뛰어들어 각종 신차와 새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것과 대조적이다.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유럽에서 철수한 미국 GM을 비롯해 포드 등이 불참을 선언했고, 같은 유럽이지만 오펠 브랜드와 볼보도 이번 행사에 나오지 않는다. 일본 미쓰비시, 스바루도 파리모터쇼를 등졌다.
이처럼 파리모터쇼가 위축된 이유는 최근 미래자동차의 트렌드가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기술 등 첨단 정보기술(IT)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신차에 집중해온 파리모터쇼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이 때문에 나온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모터쇼는 그동안 극심한 텃세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특혜가 심해 미국과 아시아 메이커는 사실상 들러리 분위기에 머물러야 했다. 이번 행사에서도 프랑스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은 거대 전시관을 사실상 독차지한 상태다. 중립국이자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스위스의 제네바 모터쇼가 가장 공정한 모터쇼로 손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런 상황에서도 고성능과 친환경 두 가지 콘셉트를 앞세워 파리모터쇼를 꾸민다. 현대차는 고성능 N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 i30 패스트백 N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고성능 소형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 시장의 분위기를 살핀다. 이밖에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3가지 파워트레인을 동일 차체로 선보인 '아이오닉'을 내세워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