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산업입지정책심의회를 열고 강원 원주, 충북 충주, 경북 영주, 충북 청주, 세종, 충남 논산, 전남 나주 등 7곳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들 7곳은 지자체에서 제안한 개발계획을 보완하고 지역 수요에 맞게 사업 규모 등을 조정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최종 산단으로 지정된다. 국토부가 7개 후보지 모두 국가산단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해 무난히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존 44개 국가산단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또 새로 국가산단으로 지정돼 개발 중인 곳도 분양률이 0%에 머무르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가산단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44개 국가산단의 가동률은 평균 8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가동률이 70% 이하인 곳도 11곳에 달하고 대표적인 국가산단인 부산 녹산산단과 전남 대불산단은 60%대로 떨어졌다. 가장 가동률이 낮은 곳은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로 37.5%에 그친다.
기존에 국가산단으로 선정돼 추진 중인 곳도 분양률이 저조하다. 포항블루밸리 국가산단은 지난해 말 기준 0%대 분양률을 기록했다. 포항블루밸리는 이번에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된 세종시처럼 첨단 부품·소재업체 중심으로 분양에 나섰으나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에는 특별분양까지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구미국가산단에 추가로 개발하는 5단지도 분양률이 15%에 그치고 충남 당진의 석문국가산단도 20%에 못 미친다. 가동률이 떨어지고 분양률은 저조하지만 지금까지 국가산단이 지정 해제된 사례는 없다. 충청권의 경우 이번에 국가산단 후보지가 무려 4개나 몰리면서 벌써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 국가산단인 오송생명과학단지는 분양률이 87% 달하는 등 성공한 산단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새 국가산단이 생길 경우 나눠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산단 활성화 방안’을 보면 과거 국가산단은 장치산업 중심의 권역별 거점개발 방식을 통해 압축적인 성장에 기여했지만 2000년대 이후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책으로 지정하면서 장항, 석문 등 일부 단지의 경우 장기 미착공되거나 미분양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산단 지정 시에도 예정된 개발 면적을 고려해 유치업종이 동일하다면 인근 산단의 지정 억제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을 갖춘 기존 도시와 공간적·전략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애초 대통령 공약에 국가산단은 오송과 세종뿐이었는데 지역 안배 차원에서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