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신임 대표는 1993년 정치 입문 이후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경기도지사, 장관, 국회의원을 두루 경험한 거물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최순실 사태’로 탄핵정국이 펼쳐진 2016년에는 정국 안정을 위한 거국중립내각의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올드보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손 대표가 당선된 것은 당원들이 안정되고 검증된 리더십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대표 스스로도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통합 전문가’ 이력을 내세우며 경륜을 강조했다.
◇ 화려한 정치이력, 경륜의 정치인 = 손 대표는 누구보다도 화려한 정치이력을 자랑한다.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과 ‘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계열 정당, ‘국민의당-바른미래당’으로 이어지는 중도우파 정당을 아우르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을 때는 이른바 ‘손학규계’를 이끄는 리더 중 한명이기도 했으며, 바른미래당에서도 고문 역할을 해 왔다.
1947년 경기 시흥 출생인 손 대표는 경기고등학교에 재학중이던 시절에 6.3 항쟁에 참여했다가 구속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간 복역했던 이력도 갖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 함께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고(故) 김근태 전 의원, 고(故)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65학번 트로이카’로 불리며 일찍이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1980년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길에 올라 석·박사 학위를 추득했으며 인하대,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정치계 투신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민주자유당에 입당한 1993년 재보궐선거 당선을 통해서였다. 같은해 11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으며 1996년, 2000년 국회의원 총선을 통해 내리 3선을 역임했다. 2002년에는 지방선거에 출마해 경기도지사로 당선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한나라당 3인방’으로 불렸다.
◇ 당적 변경 후 찾아온 부침의 시간= 정치인 손학규의 좌표가 크게 바뀐 시점은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이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주도했다. 도전장을 던졌던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정동영 현 민주평화당 대표에게 패배했지만 이후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당대표를 지내며 민주당 대표 정치인 중 하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다. 2011년에는 ‘보수 텃밭’으로 불리던 경기 성남시 분당을 재보궐선거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를 꺾으며 다시 황금기를 맞았다.
이후 손 대표의 정치적 경로는 내리막길로 평가된다. 2012년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치권에서 크게 부각된 영향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밀리며 상처를 입은 그는 2014년 7월 경기 수원병 재보궐선거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서청원 의원에게 패배하며 치명상을 입었다. 이후 그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의 ‘만덕산’에 있는 토굴에서 약 2년 동안 칩거에 들어갔다.
오랜 기간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손 대표는 2016년 10월 20일 “만덕산이 내려가라 한다”며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나흘 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국의 태풍으로 부상하며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국민의당에 입당한 뒤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에게 밀려 패배했다. 이후 그는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 정치 2선에 물러나 있다가 올해 6월 지방선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 당대표로 복귀한 손학규, 당면 과제는 = 원내정당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손 대표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수북하게 놓여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당내 국민의당·바른정당계의 화학적 통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이후에도 각 당 출신 인사들은 주요 국면에서 대립각을 보였다. 이는 6·13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의 참패 요인으로도 꼽힌다.
당 정체성 정립은 정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바른정당은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제 3의 길’을 표방해 왔지만 오히려 모호한 정체성으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처럼 당의 자생력이 충분치 않은 가운데 간판이었던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손 전 대표가 풀어가야 할 커다란 숙제로 지목된다.
전당대회 기간 불거진 ‘올드보이’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당보다 앞서 앞서 치러진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의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정동영 의원이 각각 대표에 선출되면서 정치권 시계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당내 혁신, 인재영입, 정책 개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