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주요 중동 국가에서도 석유의존도를 낮추고 비석유 부문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은 2020년까지 평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목표에 상당히 근접해 있고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은 이미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한 상황이다. 일본 역시 2016년 말 기준으로 32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도입, 우리나라의 2016년 말 4.5GW보다 크게 앞서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우리의 정책은 다소 뒤처진 느낌마저 든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 전망에 따르면 불과 4년 후에는 석탄의 ㎿당 발전단가는 123달러로 가장 높아지고 태양광은 67달러, 육상풍력은 52달러로 석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이나 안정성의 문제뿐 아니라 국가적 발전,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와 불합리한 제도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에서 추진하고 있는 충남 태안 당암리 인근 100㎿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태안 당암리 부지는 간척지 내 가뭄 및 관개수로 정비, 해수의 유입 등으로 농사가 어려운 염해 피해 농지이며, 토지의 개량이 단기간에 개선될 수 없는 상황이다. 토지의 효율적 운영은 물론이고 농가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나, 농지법의 규제로 제약받고 있어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 농업인들이 몇 차례 지역 민원 및 탄원을 제기했으나 올해 3월 발의된 농지법 개정안은 아직 계류 중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임야 태양광의 가중치를 0.7로 하락 조정해 정부의 친태양광 정책 기조를 믿고 있던 업계의 강한 반발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렇게 정부 부처 간 정책과 규제가 일관되지 못한 상황에서 ‘3020’ 달성은 고사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의 위축으로 일자리 창출 기회마저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전력계통 부족 현상이다. 송전선로나 변전소가 주로 도심과 공업단지 주변에 밀집해 있어, 각종 규제에 밀려 한적한 곳에 설치되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항상 전력계통 부족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전남의 경우는 높은 일조량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으나 부족한 전력계통으로 인해 많은 태양광 사업이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이다. 2018년 5월 전국의 전력계통 초과물량은 2401㎿에 달하며, 계통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발전소도 여럿이다. 하루빨리 계통에 대한 정부 및 관계부처의 긴밀한 공조와 신속한 조치가 요구된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정부에서도 ‘3020 이행계획안’을 제시하는 등 정책 수립에 노력하고 있으나 포스트 오일시대의 세계적 에너지 변화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와 제도의 개선이나 전력계통 인프라 확충과 같은 시급한 과제들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