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하가 2010년후 전체 소비자물가를 0.6%포인트 낮췄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 물가상승률간 상관계수가 0.3에서 0.9로 크게 올랐다. 사실상 글로벌 인플레 움직임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우리나라 인플레를 낮췄던 3대 요인들에 변화조짐이 보이면서 올 하반기 후 소비자물가(CPI)가 한은 목표수준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율 하락 △환율 하락 △공공물가 상승세 둔화 △경기와 물가간 관계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란 설명이다.
우선 2000년 이후 위기전까지 2.7% 수준이던 우리나라 상위 20개 수입국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위기후 2.3%로 하락했다. 같은기간 국내 및 글로벌 물가상승률간 상관계수도 0.3에서 0.9로 크게 올랐다. 이같은 동조화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2017년 국제결제은행(BIS)은 무역규모 확대, 글로벌 생산분업 강화에 따른 중간재 교역증대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위기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추세를 보인 것도 물가 오름세 둔화에 기여했다. 환율 하락은 원화표시 수입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간에 걸쳐 원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기준 상승률을 밑돌았다. 실제 올 1분기 현재 수입물가 상승률은 원화기준이 0.4%인데 반해 계약통화기준이 6.5%를 보여 6.2%포인트 낮았다.
위기전 3.7%이던 공공물가 상승률도 위기후 교육·보건·교통 등을 중심으로 낮아지면서 1.3% 상승에 그쳤다. 공공물가 상승률은 서비스물가 상승률을 1.0%포인트 정도 둔화시켰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0.6%포인트 가량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물가간 관계도 약화됐다. 소위 필립스곡선 평탄화가 이어지면서 주요 물가상승률에 대한 GDP갭의 영향력도 축소됐다.
다만 근원물가로 보면 성장의 물가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했다. 특히 서비스물가의 경우 공공물가를 제외할 경우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 실제 위기전 0.2와 0.27로 0.07포인트 격차를 보였던 서비스물가와 공공물가제외 서비스물가간 격차가 위기후 각각 0.11과 0.21로 0.1포인트로 확대됐다.
위기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동성 확대는 주로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제유가는 큰폭으로 등락해 국내 섬유류 가격의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켰고 농산물가격도 이상 한파 및 폭염 등 기상이변 증가로 큰폭으로 등락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의 소비자물가 변동에 대한 기여율은 각각 40%와 18% 수준에 달했다.
한편 이같이 물가를 억누르던 상황에 변화 조짐이 있다고 봤다. 우선 최근 세계경제 회복세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국제유가 오름세, 주요국 임금상승세 확대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미 연준 금리인상 가속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로 원·달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요금도 금년 하반기 이후 일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유가상승과 수요측 압력에 일부 기저효과가 작용하면서 연말로 갈수록 한은 물가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