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장비 선정을 둘러싼 문제가 관련 업계를 넘어 국가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사업자인 화웨이의 통신장비 도입이 유력해지자 보안 문제와 함께 통신 주권을 중국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장비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이통 3사로서는 가성비가 높은 화웨이를 두고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 문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열흘 간격으로 상반된 내용으로 등장,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심심찮게 올라오기 시작한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 관련 국민 청원글은 13일 반대 내용에 이어 23일에는 가성비가 높은 화웨이 장비를 들여와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보안 문제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 정부도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망에 대해 정보보호 미흡이라는 보안성 이슈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근 영국 정부도 화웨이의 보안성에 잠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 통계 사이트 CVE디테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화웨이가 자진 신고한 보안 취약점은 2007∼2015년 52건에 그치던 것이 2016년 100건, 지난해 169건으로 급증했다. 보안 취약성이 높아지면서 이동통신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보안 우려가 큰 중국 장비를 국가 기간망이나 다름없는 5G 장비로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화에 나섰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17일 이통 3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뿐 아니라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주요 5G 통신장비 기업들을 모두 만나 정부 일정을 공유했다. 모든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안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정부가 직접 검증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들의 5G 통신장비 보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9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는 이통 3사는 난감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기정사실화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업성 외에 국가 기간망의 특성상 외부 요인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세계 무선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1위(28%) 업체인 화웨이는 앞선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면서 국내 5G 장비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화웨이의 독주를 제지하기 위해 삼성전자도 최근 “국내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 대응해줄 수 있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호환성과 보안성을 내세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외부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삼성 등 경쟁사들이 가격을 낮추거나 거래 조건을 변경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