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이달 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확정한 가운데, 대기업의 고질적인 일감몰아주기 문제 완화에 나선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지난달 말 기준 296개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7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초안을 놓고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어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안을 심의·의결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안에는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감사) 후보 추천 △국민연금 의사관철을 위한 의결권 위임장 대결 △경영참여형 펀드 위탁운용 등은 주주권 행사범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사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국민연금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칫 관치나 연금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재계의 경영권 간섭 우려를 반영한 연착륙 조치다. 대신 현재 배당확대에 국한된 주주활동 기준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횡령이나 배임 등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사안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등 경영진 일가의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추가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투자기업은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방식을 보면 우선 이사회·경영진 면담에서 개선대책을 요구해 조치사항을 확인하고, 비공개 서한을 발송한다.
이 같은 비공개 방식 이후에도 기업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결권 행사와 연계해 주주총회에서 해당 임원 선임에 반대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들어간다. 공개서한을 발송하고 기업 명단을 공개하는 등 외부 공표도 병행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금지 대상이다. 총수일가가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규제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이에 대기업들은 일감을 몰아주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규제 대상(상장 30%, 비상장 20%) 미만으로 낮추거나 계열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왔다.
현 정부에서 거세진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책이 좀처럼 약효가 듣지 않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보다 실효성을 높일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지 않는 경영시스템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자금조달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