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노출도’가 높은 정유업계… 高유가로 호실적 ‘기대’ =정유업계는 실물 시장을 통해 해외로부터 원유를 도입한다. 이를 정제해 나프타를 비롯한 석유제품들을 생산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 시장으로부터 두바이유를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도입할 때 걸리는 시간은 통상 3~4주며 재고품의 보유 기간은 약 1개월 내외다. 즉, 원유를 수송해오는 과정에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거나 하락해 처음 원유를 사들인 과정과 판매하거나 재고로 쌓아둘 때의 평가 가격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최근 두바이유를 비롯한 브렌트유, WTI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3, 4, 5월 유가는 각각 배럴당 62.74달러, 68.27달러, 74.1달러로 매달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렌트유(66.72달러→71.76달러→77.01달러)와 WTI(62.77달러→66.33달러→69.98달러)도 같은 기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이 재고평가이익으로 인해 작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S-OIL)은 작년 대비 최소 2배 이상의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FN가이드가 제시한 두 회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SK이노베이션 8771억 원, 에쓰오일 4184억 원이다.
다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국제유가의 등락으로 재고평가손익이 결정되지만, 결정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정제마진’이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수송비 등 운영비용과 원자재 비용을 뺀 이익이다.
정제마진은 4, 5월 높은 수치를 보이다 6월 중순을 넘기면서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4월 정제마진이 가장 높았던 때는 4월 6일로 8.1달러를 기록했다. 5월엔 최고 8.2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18일 6.5 달러대로 급하강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 평균 정제마진은 5.6달러였다.
그러나 정제마진 하락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를 앞두고 정제마진이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미국의 설비 가동률과 중국 석유제품 생산 및 수출 감소로 공급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프타 가격은 4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4월 6일 1톤당 586달러를 기록한 나프타 가격은 4월 13일 600달러대를 돌파했으며 5월 18일 1톤당 69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감소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정유·화학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업황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1분기 수익성 감소의 요인이 2분기에도 여전히 실적을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최근 고부가가치로 전향하거나 석유화학 외에도 전지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아직 정확한 실적을 가늠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LG화학와 SK이노베이션은 기초소재 외에도 전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올해 1월 고부가 화학 설비 증설에 5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석유화학 업계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주요 상품인 BPA(비스페놀A) 가격 상승으로 2개 분기 연속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호적인 환율이 조성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2.8% 상승한 1328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