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 간절히 기다리던 은행채용이 올 하반기에 크게 열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하반기에만 2000여 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채용 규모를 넘어선 수치로, 취업준비생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은행권 채용은 앞서 일부 은행들의 ‘채용 비리’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다. 이달 초에는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하면서 채용 절차가 달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은행 내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자는 게 우선”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올 정도다. 채용 기준은 은행 자율에 달렸지만 당장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연합회가 마련한 규준에 따른 채용이 진행될 거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선 이번 채용의 핵심 키워드는 ‘객관성’이다. 채용 비리 과정에서 면접이나 논술 등 주관적인 평가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모범 규준에도 언급된 ‘필기시험’ 도입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신한은행은 이번에 필기시험을 9년 만에 재도입했다. 아직 하반기 채용 기준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논술고사 폐지’ 가능성도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상반기 채용에서 논술을 폐지하고 객관식 문항으로만 필기시험을 치렀다.
다만 지원자의 ‘스펙’이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은행으로서는 필기시험을 제외하고 스펙이 가장 객관성 있는 지표다. 업무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주관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스펙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면접이나 논술은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되기 때문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며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은행 채용은 스펙 위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취업준비생은 혼란에 빠졌다. 불과 지난해만 하더라도 금융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탈(脫)스펙’이 대세였다. 직업 능력 수준을 묻는 NCS를 도입한 은행들이 생기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대신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받았다. 은행권 취업준비생 강모(27) 씨는 “지난해는 준비생들 사이에서 탈스펙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올해는 엄격한 분위기도 있고 해서 어떻게 될지 가늠이 안 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