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조 원에 달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1년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3명의 후보자로 압축했지만, 청와대 검증에 막혀 결국 재공모 수순을 밟게 됐다.
능력을 갖춘 지원자도 코드가 다르다고 뽑지 않는 마당에 누가 선뜻 나설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국민연금 안팎에서 들린다.
금융투자업계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CIO 자리를 ‘독이 든 성배’쯤으로 여긴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2년의 짧은 임기, 잘해서 1년 연장이 돼도 향후 3년간의 재취업 금지는 지원 동기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은퇴 전후의 노병들이나 명예 차원에서 구미가 당기지, 한창 현역으로 잘나가는 선수들에게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치적인 이슈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김성주 이사장과 호흡을 맞춰 현 정부와 인식을 같이해야 하는 만큼 정치적인 리스크 역시 상당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애초 기금운용본부 내부의 임원을 승진시키려는 움직임도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CIO 없이도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할 일을 하면 되는데, 괜히 능력이 떨어지는 코드인사가 와서 분위기를 더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 CIO가 너무 자주 바뀌고, 이처럼 공석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해외에서 더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능력 있는 적임자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