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트럼프 정부는 강경한 자세를 지속할까? 여러 이유가 제시될 수 있지만, 가장 직관적이면서 설득력이 높은 변수는 바로 “유권자들이 이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매주 시행되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적 현상이 관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공격할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6월 후반에 접어들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45% 선을 넘어섰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 역시 50%를 밑돌고 있다. 만일 이대로만 간다면, 11월 치러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 미국의 지역별 지지율 흐름을 살펴봤더니 기존의 전통적 지지 기반 이외의 지역에서도 지지율 반등 흐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웨스트 버지니아와 켄터키 테네시 같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주(州)에서 지지율이 50%를 넘어섰으며,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등 5대호 연안의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에서도 지지율이 40%의 벽을 넘어섰다.
이들 지역이 무역전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바로 ‘자유무역의 피해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학계의 스타, 데이비드 오터 교수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가 공산품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제조업이 밀집한 중서부 및 동남부 지역의 고용이 감소했으며, 그 규모는 직·간접적으로 98만~20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자유무역의 혜택보다는 피해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지역일수록 ‘중국 때리기’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중간선거까지는 아직도 4개월 이상이 남아 있는 만큼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 추세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더욱 분명한 것은 ‘러시아 스캔들’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한 현직 대통령 입장에서,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무역분쟁을 격화시킬 동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끝없이 무역분쟁을 격화시키면, 역으로 지지율의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 25일 미국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하락하자, 백악관 내 가장 강경한 보호무역 정책 옹호자인 피터 나바로 무역정책 보좌관이 “중국에 투자제한 조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무역전쟁이 급격히 확대돼 중국이 맞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기업들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잉을 비롯한 항공기 제작 회사, 그리고 GM이나 포드 같은 자동차 회사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 규모도 크다. 특히 2016년 말의 이른바 ‘사드 보복’에서 확인했듯, 중국 정책당국은 직접적인 관세 부과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제재를 다양하게 가할 만한 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 포인트다. 예를 들어 주요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 넌지시 “미국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국익에 해가 된다”라는 식의 스탠스를 취하는 것만으로 미국산 제품의 중국 판매는 큰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을 때리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지 않는 선, 이게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처럼 교역 비중이 높고, 특히 중국과 미국이 1~2위의 교역 상대국인 나라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편하지는 않다. 특히 협상이 자칫 감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경우엔 걷잡을 수 없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다만 앞에서 지적했듯, 협상의 당사자들이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