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지표 부진, 미국과의 무역 갈등 고조 등을 배경으로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증시에서 투자자들도 빠져나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홍콩 역외위안화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장 초반 6.60위안 선을 넘어섰다. 위안화 가치가 6.60위안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이날 고시한 달러·위안 기준환율은 6.5669위안으로 지난해 12월 25일 이후 최고치(위안화 가치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에 진입했고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채권시장도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증가라는 시련에 노출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올 들어 세 번째 시중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5년 중반 시작됐던 위안화 대규모 매도세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증시의 기록적인 폭락과 기업들의 잇단 디폴트, 인민은행의 통화정책 완화로 2016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7% 급락했다.
다만 WSJ는 3년 전과 같은 대규모 자본유출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앞으로 그럴 가능성도 작다고 진단했다. 중국 은행들은 지난 5월 190억 달러(약 21조 원)어치 외환을 순매수했다. 이는 2015년 말 은행들이 1000억 달러 이상을 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이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위안화 자산 보유에 만족한다는 신호라고 WSJ는 풀이했다.
중국 정부가 2015년 혼란 이후 강한 자본통제를 실시하면서 투자자들은 환율 방어에 대한 정부 능력을 신뢰하는 편이다.
아울러 중국 부동산시장이 여전히 잘 나가고 있다는 점도 위안화 자산 대량 매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5년 말 중국 중소도시 집값이 18개월 연속 하락한 것과 대조적으로 올해 주택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안화에 너무 낙관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위안 1년물은 6.6위안으로, 이날 환율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런 종류의 자기만족은 위험하다고 WSJ는 강조했다. 중국은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1분기 2001년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으며 하반기 경제성장도 둔화할 전망이다.
이에 패닉 장세가 일어나든 그렇지 않든 위안화 약세는 앞으로 몇 달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