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강자엔 무릎, 약자엔 위풍당당"

입력 2008-04-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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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 원자재가격 급등상황을 맞아 건설업계 단체인 대한건설협회(회장 권홍사)가 업계에 따라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원자재 업체가 대기업일 경우 최대한 몸을 낮추고, 반대로 중소기업 등 영세한 기업이 대상일 경우 한 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급 가격이 대폭적으로 인상된 건설 원자재 중 건설협회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철근과 레미콘이다. 이중 인상폭이 더 심각한 것은 철근이다.

철근은 지난해 1월 10mm고장야철을 기준으로 t당 46만원에서 올 3월초 74만1000원으로 14개월만에 54%에 이르는 25만원 가량 가격이 뛰어 올랐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4개월 동안 무려 25%인 15만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이 철근은 최근 현대제철 등 업계가 4월 총선 이후 철근 가격 인상 방침을 이미 통보해놓은 만큼 5월 이후에도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레미콘 가격 상승세는 이보다 다소 낮다. 지난달 19일부터 3일간 파업에 들어갔던 수도권 레미콘업계는 당초 12%의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8.75% 인상안을 건설업계와 합의, 타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대한건설협회는 권홍사 회장이 직접 전년과 동일한 4%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두 업계를 상대하는 건설업계 대변인 격인 대한건설협회의 대응법이다. 대한건설협회와 권홍사 회장은 강자와 약자를 구분해 서로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우선 철근 업체는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1군 건설업계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대형업체로 이루어져있다. 반면 시멘트 제조회사가 아닌 레미콘 업계는 업체 규모로 볼 땐 말 그대로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실제로 3월 있었던 파업에서도 레미콘 업계는 수도권에서만 670개 업체가 참여했을 정도다.

여기에 대한건설협회는 철저히 이중 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철근 업계에 대해서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철근 가격은 불과 네 달 사이 25%가 오른 '살인적인 폭등'을 기록했지만 이에 대해 권홍사 회장과 대한건설협회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소업체로 구성된 레미콘 업계에 대해서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레미콘 업계 파업 당시 대한건설협회 권홍사 회장은 지난해 레미콘 납품가 인상률이 4%였던 만큼 3~4% 인상이 적절하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 당시 레미콘 업계는 원료값 상승을 이유로 들어 12% 인상을 요구한 바 있어 이 같은 권 회장의 4% 가격 인상안 발언은 단지 레미콘 업계 '기 꺾기'란 비판도 있었다.

더욱이 당시 레미콘 파업의 협상주체는 대한건설협회가 아닌 건자회였던 점을 감안하면 레미콘 업계로서는 대한건설협회의 이같은 개입이 '제3자 개입'으로 비칠 정도였다. 당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철근가격은 1년 새 54%가 올라도 아무 말도 못하던 건설협회가 12% 올려 달라는 레미콘 업계에겐 왜 그렇게 당당하게 구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며 "대기업으로 구성된 철강업계와는 달리 중소, 영세기업으로 구성된 레미콘 업계는 대한건설협회한테 '만만하게'보인 모양"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최근 철강업계가 총선 이후 철근 가격 재인상을 통보하자 대한건설협회는 '분노의 화살'을 엉뚱하게 철근 대리점 업계로 돌리고 있다. 즉 철근가격의 폭등이 철근 중간 도매상인 대리점의 매점매석 행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해 정부에 고발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을 하겠다는 게 대한건설협회의 방침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철근 유통업계와 건설업계 일각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스처'란 평을 내놓고 있다 철근값 인상은 철강업체의 공급가격 인상이 가장 큰 이유며, 유통업계가 거두는 단기차익은 말그대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더욱이 이들 철근 도매상들은 철근 사재기는 건설업체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산정한 t당 10mm 고장야철 철근 가격은 1군업체 납품기준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규모가 작은 업체는 이보다 높은 웃돈을 주고 철근을 매입하고 있다. 이같은 건설협회의 철근 매점매석 주장은 바로 여기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대한건설협회가 대기업들로 이뤄진 제강업계에는 맞서기 어려우니까 결국 '만만한' 철근 유통업계에 대해 화풀이를 하고 있는 것" 이라며 "대기업에겐 고개를 숙이고 중소업체는 욱박지르는 구태를 대한건설협회가 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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