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 간 ‘세기의 회담’에 현지 상인들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는 정부 관계자들과 언론인, 관광객들로 인해 ‘회담’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현지 레스토랑과 기념숍, 호텔 등 숙박시설들이 앞다퉈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놨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번화가에 있는 한 펍은 ‘브로맨스’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선보였다. 15달러(약 2만 원)에 판매하는 이 칵테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마신다는 다이어트 콜라와 한국의 대표 술인 소주에 흑맥주를 섞어 만든 기념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손과 양국 국기가 그려진 기념주화도 인기다. 싱가포르 민트는 “중립국으로서 세계 평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회담의 개최지가 된 것을 기념하고자 기념주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념주화를 통해 약 300만 달러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담이 열린 시내 호텔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샹그릴라, 마리나베이샌즈 등 주요 호텔의 일반 객실은 만실이다. 로열플라자온스코트 호텔은 4월 처음 회담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예약이 20% 급증했다. 이 호텔 내 레스토랑은 일주일간 기념 메뉴로 ‘김치 버거’를 선보인다.
송 셍 운 말레이시아 CIMB은행 싱가포르 지점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취재진만 3000명에 달하고 관련국의 정부 당국자들도 수천 명이어서 직접적인 수익만 최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싱가포르의 위상을 높일 기회라는 관측도 있다.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내 큰 국가들이 외교 이슈를 독점하다시피 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핀과 베트남을 방문하고 싱가포르가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이번 회담을 주최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싱가포르는 지역 외교의 허브 역할을 하며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별칭을 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