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호황이 올해부터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과는 달리 올 1분기에도 반도체 업체들은 지표상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구성된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은 경쟁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1분기 전 세계 실리콘웨이퍼 출하량(면적 기준)이 30억8400만 제곱인치로, 전 분기보다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7.9%나 늘어난 것으로, 처음으로 30억 제곱인치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리콘웨이퍼는 고순도의 실리콘(규소)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킨 뒤 얇게 잘라서 만든 반도체 원판으로, 출하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호조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SEMI는 보고서에서 “사상 최고치로 한 해를 시작한 만큼 올해 실리콘웨이퍼 출하 실적은 계속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도 최근 보고서에서 1분기 D램 시장 매출 규모가 230억7600만 달러로, 전 분기보다 5.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그래픽카드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무려 15%나 오른 데다 다른 제품군도 대체로 가격 상승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2분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올 1분기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194억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늘어나며 인텔(158억3200만 달러)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1993년 이후 선두 자리를 지켜온 인텔도 1년 전보다 매출이 11% 늘었으나 삼성전자의 질주를 막진 못했다.
SK하이닉스는 81억4100만 달러의 매출로, 대만 TSMC(84억7300만 달러)에 이어 4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매출액 격차를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TSMC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49%와 13%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