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끊는다고 손실의 아픔이 덜어질까. 주가 상승 시에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증거가 눈에 더 들어온다. 소유 주식에 우호적인 정보만 받아들여 자신의 판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확증편향(確證偏向)’이다.
우리는 비이성적인 심리에 많이 좌우된다.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확증편향도 그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지구에 등장한 이래 99% 이상을 수렵·채취시대에 살았다. 원시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확증편향의 발동에 대한 설명이다. 즉각적인 행동은 감성적 반응에 기반을 둔다. 모 연구소는 이를 '원시인 심리'라고 했다. 원시인의 심리의 DNA가 남아있는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여행기의 대부분은 칭찬일색이다. 먹은 음식, 다녀온 식당에 대한 칭찬은 또 얼마나 되는가. 애써 돈 들이고 힘들여 먹고 다녀왔으니 자신의 결정과 행동을 어떻게 부정적으로 말할 수 없겠다. 사람들은 극장에서 보고 나온 영화에 대해 혹평하지 않는다. 호평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이런 평판을 이용한 광고가 넘쳐난다. “국내 영화는 개봉 2주 동안의 온라인 리뷰가 흥행에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는 영화 마케팅의 기본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팩트는 평판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평판이 사실을 왜곡한다. 확증편향의 결과다.
전문가들도 확증편향의 포로가 되기 쉽다.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하는 직업적 압박도 한몫한다.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야 한다. 많은 정보 가운데 유리한 증거만 채택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간과한다. 긍정적인 증거는 과대평가되고 부정적인 증거는 과소평가돼 결국 점점 자기 확신을 강화한다. 실수를 싫어하는 자존심 같은 것도 저변에 깔려 있다. 일반인을 향해선 확증편향을 버려야 한다고 훈계하면서도 자신은 확증편향을 넘어서지 못한다.
확증편향자의 특징은 정보를 팩트와 상관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해석한다는 데 있다. 주식투자자가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는 게 아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경영 위험 중 '오너 리스크'도 확증편향이 주요인이다. 독재형 리더일수록 그 조직에는 ‘예스맨’이 넘친다. 그러나 권력이나 권위를 이용해 편협한 생각을 밀어붙이는 경우 대개 실패한다.
주식시장에서 확증편향의 결과는 큰 손실이다. 주가는 기업의 수익이나 경기전망 등을 반영하지만 투자자들의 지배적 편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주식 하수들은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손해를 보기 일쑤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들풀처럼 무성하다.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은 낙관론 일색이다. 야당의 비판은 조롱거리가 되었다.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어린애 취급이다. 칭찬과 노벨상이라는 선물만 주면 된다는 식이다. 과연 그러할까. 그런 태도에 확증편향은 없는 것인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명운이 걸린 문제인데, 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아닐까.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국익일 터, 미국의 국익이 노벨상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 대통령은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그 '심정'이 믿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