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신용대출 증가세에 힘입어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도 신용대출 잔액은 100조 원에 육박하면서 금리 상승기에 따른 부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4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538조36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534조7366억 원) 대비 3조633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11월 한 달 만에 4조 원 이상 증가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개인신용대출의 증가세가 큰 몫을 차지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9조7214억 원으로, 전월 말(98조5529억 원) 대비 1조1685억 원 증가했다. 월간 개인신용대출 증가액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속에 부동산 수요자들이 신용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대출은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를 적용해 금리 상승기 이자 부담이 가팔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18년 3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46%에서 3.45%로 0.1%포인트 하락했는데, 집단대출은 0.1%포인트(3.44%→3.54%), 신용대출은 0.14%포인트(4.34%→4.48%)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주담대보다 상환 주기가 짧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다”며 “금리 상승기로 접어든 상황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늘어나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누그러드는 모양새다. 4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4조878억 원으로 전월 말(383조288억 원)보다 1조559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의 고삐를 옥죄고 있다. 1월 신(新) DTI 시행에 이어 4월부터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도 도입했다.
각종 규제에도 주택담보대출이 1조 원대 증가세를 유지한 것은 개인집단대출의 증가 때문이다. 지난달 말 개인집단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73억 원 늘어난 118조6888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1조3790억 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최근 분양시장 물량이 쏟아져나오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14만8000가구가 일반 분양됐고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만4000가구가 분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