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롯데의 동일인을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했다. 그룹 ‘원톱’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된 것. 롯데는 동일인 변경을 계기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명예회장 추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은 “공정위가 롯데의 경영 현실을 반영하고 롯데의 계열 범위를 가장 잘 포괄할 수 있는 인물로서 신동빈 회장을 동일인 지정한 만큼, 신 회장이 공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 롯데를 대표하며 경영을 이끌어 나가게 됐다”며 “그간 신 회장은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룹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롯데 비상경영위원회는 이러한 롯데의 개혁작업이 지체되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동일인 변경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자, 신 전 부회장은 오는 6월 열리는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신을 이사로 선임할 것과 신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안건을 제출하는 등 경영권 탈환을 다시 시도하고 있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공인받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즉 정부 기관이 신 회장을 총수로 공식 인정한 만큼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의 자산총액은 지난해 110조8000억 원에서 올해 116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소속회사는 90곳에서 107곳으로 늘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이 블랙스톤에듀팜리조트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해당 회사와 그 자회사까지 총 14개사가 모두 계열사로 편입됐다고 롯데는 설명했다.
롯데 측은 “해당 회사들은 롯데의 경영상 판단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계열사로 편입된 것”이라며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로서 공시 의무 및 규율 등을 잘 지켜나갈 수 있을지 우려되며 불필요한 특수관계인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