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전략이 GM의 '선(先) 신규자금 출자전환', 산업은행의 '후(後) 투자'로 압축됐다. GM의 선행 투자를 전제하는 것과 함께 산은의 한국지엠 지분율 17.02%를 유지하기 위한 조처다.
30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산은의 조건부 금융제공확약서(LOC)에 따르면 GM은 산은과 ‘주주 간 계약’을 맺은 뒤 한국지엠 기존 대출금 27억 달러(2조9000억 원)를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출자전환한다. 이후 GM은 운영자금 용도로 신규자금 8억 달러(9000억 원)를 한국지엠에 대출해 준 뒤 이를 즉시 상환전환우선주(만기 때 보통주로 전환 가능)로 출자전환한다. GM이 첫 신규자금을 대출로 투입하는 것은 급여, 퇴직금 등 자금의 용도가 급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은은 해당 과정 이후 신규자금 7억5000만 달러(8000억 원)를 상환전환우선주로 출자한다. GM이 8억 달러 대출을 출자전환하기 전에는 산은도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다. 산은이 투자하는 자금은 오로지 한국지엠 시설투자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GM이 초기 자금을 우선 집행하게 한 뒤 이를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우선주로 전환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GM이 계약 조건을 이행해야 산은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GM의 투자 책임이 커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은이 GM의 선 투자로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비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GM이 한국지엠에 신규 투입하겠다고 한 자금 36억 달러(3조9000억 원) 중 출자전환 비율을 더 높이면 산은의 지분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 GM은 이번 협상에서 산은의 보통주 지분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비토권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상환전환우선주로 출자하는 금액을 기존 5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늘리며 비토권 확보에 주력했다.
산은과 GM이 상환전환우선주로 출자한 자금은 집행 7년차인 2024년부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때 산은이 자금을 상환받지 않고 보통주로 전환하면 되레 한국지엠의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분율이 적으면 대주주의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산은이 가지는 조건으로 했다”고 말했다.
배당과 관련해서는 산은의 출자가 GM의 기존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보유한 주식에 비해 우선한다.
GM, 금리 낮춰 3년내 1조 투자..투자質은 과제
GM은 한국지엠에 투입하는 신규자금 중 대출에 해당하는 28억 달러(초기 1억 달러+한도성 대출 27억 달러)의 금리도 낮추기로 했다. 그동안 GM의 대출이 늘면 한국지엠의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GM의 기존 한국지엠 대출액의 금리는 4.8~5.3%에 달한다.
산은과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GM의 대출금 28억 달러의 금리를 3.4~3.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기준은 초단기 외화자금을 뜻하는 한국은행의 오버나이트 콜금리 플러스 2%포인트다. 산은 입장에서는 비토권을 회복하면서 대출금리는 낮추는 최종 투자안을 이끌어낸 셈이다
GM은 27억 달러 대출 중 3~4년 내 1조 원을 한국지엠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지엠의 연간 이자 부담도 과중하지 않을 전망이다. GM은 신규자금 기준 2조 원을 3~4년 내에 한국지엠에 투입하지만 이 중 9000억 원은 출자전환하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GM의 투자의 질(質)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장기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 자동차 기술이 투자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