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新)성장 돌파경영

입력 2008-03-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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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은 국민이 이 나라의 산업화 세력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은 이명박 정권에 큰 힘이자 동시에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의 양상은 집권당부터 별 비전이 보이질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날만 새면 분열이고, 갈등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여론이 어떠하던 나름의 소신을 끝까지 이른바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일 기미가 점차 확연해 지고 있는 것 같고, 정치판은 정치판대로 정파간의 심한 난맥으로 국민 생활경제는 물론, 특히 국가 거시경제의 문제점에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4분5열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력은 다시한번 일어설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고 말것인가하는 의문이 당연히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할 수 밖에 없다. 총선이후에도 이런 우려는 여전히 계속될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늘의 이런 국면은 장기화 되면 될수록 국력 신성장(新成長) 문제와 관련, 국내외적 경제환경상 정치 사회적 논란을 거듭 심화시켜 나갈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렇다면 결국 차선의 대안(代案)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역시 일을 해 나가야 할 실질적 주체는 기업이고, 경영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럴 수록 기업인들이 정신을 새 전환기에 맞게 다시 추스리고, 스스로 매진해 나가는 국민적 국가적 분위기를 창출해 나가는데 성공한다면, 국력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정치도 자연히 순리대로 따라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의 역학이기도 하다.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번 이대통령에 승리를 안겨준 대선 결과는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에너지와 창의력을 다시 결집할 리더십을 국민이 갈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앞으로 점차 성장 동력을 잃고 침몰하느냐, 정체(停滯)를 극복,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위기의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내정치 외에도 국제경제 환경마저 소용돌이 치고 있다는데 있다. 이미 경제국경이 완전히 허물어진 세계화 시대에서 외부 변수는 우리경제의 피부에 밀착되어 그 파급도가 옛날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일부 기업인들이 그렇게 뛰었는데도, 지난달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가 났음은 뭘 의미하는가. 최근 산업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7.0% 늘어난 328억6000만달러였지만, 수입은 무려 31.5% 급증한 362억4000만달러나 돼 33억8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가 났다. 무역 적자의 대부분은 작년 1월 대비 무려 32억 달러나 늘어난 원유수입 증가분 때문이었고, 나머지는 원자재 수입 증가분에서 발생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1월 적자폭은 당초 예상했던 20억달러를 훨씬 넘어서고야 말았다. 정부 스스로도 고유가 및 고원자재가 추세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지속된다면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대폭 상회해 무역수지 약세기조가 거듭 불가피할 것을 자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 수지적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서비스수지 적자가 2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여행수지 적자 150억달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무역수지 적자와 서비스수지 적자라는 이중 요인이 겹쳐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에 따른 국내 물가 오름세 또한 더욱 가팔라져 민생(民生)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어갈 것이 자명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지금 개방화 시대를 맞아 경제환경 구조가 크게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가 이것을 제대로 풀어나갈 수도 없고, 외부악재들을 슬기롭게 극복, 재도약의 발판을 구축하는데는 특단이 대책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들이 일기 시작했다. 대외요인의 악화로 위축일로를 가고 있는 국내경제-. 이를 살려내려면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까지 모든 경제주체가 각각의 영역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고, 무분별한 해외 여행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한편, 기업 차원에서도 원가 절감과 경영 합리화를 위한 전례없는 또한번의 각별한 대응전략이 요망된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실질적 경제주체는 기업과 기업인이다. 기업과 기업인의 자세, 신념, 행동력이 얼마나 새로운 특단의 대책을 내고 슷스로 해결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특단의 대책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인가. 여러 국내외 변수들이 얽혀 복잡 다단하게 돌아가는 오늘의 국제경제 환경에서 돌파 전략에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케 된다. 그것은 이른바 '마술적인' 특징으로 거론되기도 할만큼 국제경쟁은 치열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른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전통적인 '제로 섬 개임'은 이미 폐기됐음을 의미, 국제환경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구 요체는 한마디로 젊고 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신(新)성장 돌파 전략'이다. 그 돌파 전략은 모든 기업의 영생불사(永生不死)의 경영 전략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국제적인 한 유력학자의 견해를 우선 들어보자. 미국의 경영학자이자 컨설팅 회사 ‘MESA 리서치’를 이끌고 있는 빌 데이빗슨은 [돌파 경영 돌파 전략(원제:Breakthrough)]을 통해 그 해답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즉 ‘돌파’의 개념은 기업 차원의 혁신을 뜻한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을 계속 추구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IBM, 컨트리와이드, 아메리칸 스탠더드, HP 등 대담한 돌파 전략을 추진했던 70여 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10여 년간 연구하고 컨설팅했다. 그는 그 결론으로 세계 최고의 위대한 기업들이 위대할 수 있는 비밀은, 최고경영자가 불가능해 보이기만 하던 목표에 도전해서 마침내 그것을 달성했다는 사실에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사실, 새롭게 변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한데도 기업들이 얼어붙은 듯 변화를 꾀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의 기업 경영자들이 만족스럽고 안전한 영역을 두고 구태여 힘든 변화의 길을 나서지 않으려 않는 데 있다. 하지만 치열할 대로 치열해 지고 있는 시장(市場)은 현재에 안주하려는 기업에까지 이제는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신(新)성장 돌파 전략'은 시장에서 살아남아 성공하려는 어느 기업이든,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핵심 과제가 되기에 이르고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빌 데이빗슨은 GE와 HP의 경우를 성공 사례로 꼽고 모토로라의 경우를 실패의 사례로 분석한다. 특히 공동의 전략적 원칙과 프로그램이 전체 조직을 관통하고, 공통된 지도자상과 경영 모델을 가지고 있는 GE의 사례를 통해 '조직통합의 중요성'을 중요시 한다. 즉,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 통합성의 관점에서 자신의 회사는 스펙트럼의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점검을 해봐야 되고, 그 통합성의 수준에 입각해 돌파 전략을 수립, 단계적인 실천으로 집중해 나간다면, ‘돌파 전략’ 이야말로 성공에 이르는 가장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경영 전략임을 깨닫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멀리 갈것도 없다. 우리에게도 과거 그런 모델의 기업과 경영자가 있었다. 바로 현대그룹 스타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정주영 명예회장 7주기를 맞아 '정주영 경영전략' 보고서란 것을 내놨다. 이 보고서는 정 명예회장의 성공 비법을 바로 '돌파 경영'으로 꼽았다. 즉 어려운 난관을 부딪쳐서도 '할 수 있다'는 과감한 도전 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사업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사업 성장 측면에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신(新)성장동력 확보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사업 개척을 과감히 했으며, 경영 기능 측면에서는 고객 감동의 신뢰 경영을 추구했고, 기술 자립의 신조를 끝까지 견지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다 전략 기반 측면에서는 능력 중시의 인재 경영, 그리고 긍정과 실천의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사회에 봉사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도 그 배경으로 실천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결국엔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선진 기술을 활용해 기술 개발의 밑거름을 만들고 그 위에서 새로운 자주적인 기술을 개발, 폭넓게 운용해야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특히 능력 제일주의에 의한 역동적인 인재 관리는 경쟁 심화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배하는 오늘날,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가 처해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긍정과 실천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덧붙이고 있다.

사실, 고 정주영명예회장의 사례는 요즘처럼 유가 폭등과 환율 인상 등으로 기업들이 최대 위기에 처한 구조적 환경에서 세계 전역을 향한 그의 강인한 돌파 경영이 결국 현대그룹의 성공 신화로 귀결, 현재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난국에 빠져있는 한국 경제와 국내 기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 매우 주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기업계에는 아직도 세계경제 경쟁면에서 중대한 또다른 측면의 후진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세금 안 내려 안간힘을 다하고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이권을 챙기고 사회정의에는 나 몰라라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은 큰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부정적인 재벌의 모습이 국민에게 많이 부각된데다, 분식회계 등으로 몇몇 재벌기업 회장이 구속되거나 아예 도산하는 기업들도 생겨났음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핵심은 아직도 이 불행한 시대의 유산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삼성 비리의 내부 제보, 아직 진실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밝혀진 것만도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는 삼성의 모습은 한국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그대로 상징한다. 그런 점에서 투명하고 깨끗한 세상,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를 향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 바탕에는 거듭 강조하지만, 저질적 분열과 갈등, 공평치 못한 사사로움이 판치는 한국정치의 국가경영 지도력 결핍상태가 깔려있음도 다시 비판치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갈길은 언제쯤 확고한 정상화의 '틀'을 튼튼히 착근(着根)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어쨋든 아직은 비관론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가 구태를 벗지 못한채, 국민분열을 계속 파급시켜 나가는 때 일수록, 국력 신(新)성장을 위한 기업과 기업인의 사명, 세계를 무대로 한 애국애사(愛國愛社)적 '돌파경영' 실천 투혼(鬪魂)이 상대적으로 더욱 높게 갈망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병도 이타임즈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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