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십 년 동안 저비용 관광지였던 스페인에 럭셔리 관광객이 몰리면서 스페인 명품 시장이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스페인 럭셔리 산업 그룹 씨클로포트니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럭셔리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92억 유로(약 12조1125억 원)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3배 작았으나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9.2% 커진 스페인 럭셔리 시장은 2025년 약 20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푸이그, 토스, 산패트릭 등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푸이그는 지난해 연간 이익이 47% 증가했으며 토스는 지난해 매출이 10% 늘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클라우디아 디아르파지오 베인 파트너는 “스페인 명품 시장은 여전히 작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 분야의 기업에는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은 10년 동안 계속된 금융 위기에서 벗어난 후 2014년 이래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아시아 국가와의 항공 연결이 증가한 점은 고급 관광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베인은 호텔 및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고급 관광 시장이 커질 것이며 매년 10%씩 성장해 18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5년 동안 5성급 호텔 15곳이 마드리드에 문을 열 계획이다. 스페인 남부에서 럭셔리 리조트를 운영하는 알레한드로 바탈러 샤웰네스클리닉 부회장은 “스페인은 저렴한 관광지였지만 변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가 브랜드의 입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광객들은 스페인 관광과 명품 시장의 ‘큰 손’이다. 스페인 명품 시장의 판매 중 80~85%는 관광객이 창출하는 데 특히 아시아 관광객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비과세 지출은 지난해 20% 성장했다. 마드리드의 고급 백화점을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은 “나는 스페인을 탐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며 매우 아름답다”라면서도 “쇼핑도 하나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유럽에서 가장 큰 백화점 체인인 엘 코르테 잉글레스는 이번 달부터 중국의 모바일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자사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2월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4만5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중국 ‘왕홍’ 애니 판을 초청했다. 엘 코르테 잉글레스 대변인은 “우리는 스페인을 쇼핑 목적지로 탈바꿈하기 위한 국제 마케팅을 지난 6년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진입에 나선 기업도 있다. SPA 패션 브랜드 자라를 소유한 스페인 의류 업체 인디텍스는 10년 전 액세서리, 가죽의류 등에 중점을 둔 고급 브랜드 ‘우테르케’를 선보였다. 이 브랜드의 지난해 판매량은 17% 증가했으며 올해 말에는 중국으로 첫 진출을 할 예정이다.
카를로스 팔코 씨클로포트니 회장은 스페인 명품 시장을 위해서는 비자 발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하며 스페인을 저비용 관광국으로 생각하는 국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페인 명품 시장은 여전히 작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