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총연구개발(R&D)에서 기업 비중이 높고 특히 기업 R&D 비중 1위 기업이 28%를 차지하는 등 국내 산업 혁신 활동의 기업 편중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이 전체 R&D 중 94.2%를 차지하는 등 불균형적인 혁신 활동이 이뤄지고 있어 포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산업의 혁신 활동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총 R&D(2015년 기준)에서 기업 비중은 7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2.2%)보다 높다. 정부 부문 비중은 23.7%로 OECD 평균(26.2%)보다 낮다.
기업 R&D 비중은 상위 5개 기업이 44%에 달하며, 1위 기업 비중은 28%를 차지했다. 1위 기업 비중이 2~4위 4개 기업보다 클 정도로 편중된 것이다. 미국(18%), 중국(6%), 일본(24%) 등의 상위 5개 기업의 비중이 우리보다 낮았는데 이는 기업 대부분에 고르게 R&D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5위 비중이 58%로 우리보다 높은 독일도 1위 비중은 22%로 우리(28%)보다 낮아 우리나라 기업 R&D가 얼마나 1위 기업에 편중됐는지를 보여준다.
중형 기업의 R&D 투자는 저조하다. 매출이 감소해도 R&D를 늘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을 의미하는 R&D 집중도(2016년)는 2.8%인데 중형 기업(자본금 100억~500억 원)은 1.7%로 평균 밑이다. 자본금 3억~10억 원 미만은 2.2%, 10억~100억 원 미만은 2.1%에 그쳤다. 500억 원 이상 기업만 3.3%로 평균보다 높았다. 일본의 경우 R&D 집중도가 3.3%인데 10억~100억 엔 미만 중형 기업은 3.5%로 우리보다 높았다. 다만 1억~10억 엔 미만 기업은 1.4%로 우리가 높았다.
더불어 첨단기술제조 R&D 투자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2014년 ICT(컴퓨터·전자·광), 제약, 항공우주 등 첨단제조업 R&D는 15% 내외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국 5.2%, 독일 2.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2015년 ICT R&D가 5.5% 감소함에 따라 전체 금액도 4.0% 감소했다.
특히 2015년 ICT가 첨단기술제조업 R&D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2%로 불균형이 심했다. 미국, 일본, 독일의 ICT 비중은 50~70%, 제약은 30~40%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는 제약이 5%, 항공우주가 0.9%로 비중이 미미했다.
R&D 비중이 낮은 서비스업은 2015년 투자액까지 크게 줄면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국 서비스업 R&D의 비중은 8.0%로 이는 독일 12.4%(2014년), 미국 29.9%(2014년)보다 작다. 또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던 서비스 R&D 투자액은 2013년 2.7%로 둔화했고, 2015년엔 2.2% 감소했다. 미국의 서비스 R&D 금액을 100으로 볼 때 한국은 4.6%로, 일본 16.2%, 독일 9.1%보다 크게 낮았다. 주요 서비스업종 모두 R&D 투자가 줄었는데 일본과 비교할 경우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의 R&D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 학술연구와 전문·기술서비스의 R&D 집중도가 14.5%로, 한국의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 4.1%의 3배가 넘었다.
혁신 활동을 하는 기업은 늘었지만 성과는 감소했고, 외부 혁신 자원을 활용한 혁신 활동과 제조업의 인수·합병(M&A)도 저조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대응해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시야에서 민간 부문의 혁신투자를 촉진하는 포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성장 사다리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도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