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가 5년 만에 사회공헌 분야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그동안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 석방 이후 삼성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해왔는데, 오랜 침묵을 깬 첫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특별채용 공고를 내고 30일까지 분야별 전문가 모집 중이다. 모집 분야는 플랜트산업,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및 스마트 인프라 분야, 보험·금융산업, 빅데이터 분석, 노동시장 트렌드 연구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사회공헌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그동안 분야별로 전문가를 필요에 따라 모집해왔지만, 사회공헌 분야는 2013년 6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사회복지, 사회적기업, CSV, 성과측정 및 평가 관련 연구를 하는 박사급 인재를 찾고 있다”며 “글로벌 컨설팅사 근무 경험자나 국제기구 또는 글로벌 NGO 근무 경험자는 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회공헌 전문가 채용에 대해 재계는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회공헌 방향을 심도 있게 연구하겠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3년 가을부터 대외 이슈에 대해 보고서를 내지 않는 대신, 그룹을 지원하는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가 직면한 문제나 장기적인 전략수립에 도움 되는 내부 이슈와 과제를 연구한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사회공헌단장으로 임명하면서 사회공헌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재판 중에 ‘헌신’ ‘나누는 참된 기업인’ ‘사회에 대한 보답’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건 기대가 더 엄격하게 커졌다.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다”고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앞으로 사회환원과 상생 협력 등을 앞세운 국민 기업으로 변신할 것으로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 신뢰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번 전문가 채용은 필요한 분야의 인력만 조금씩 뽑던 것과는 달리,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한 번에 채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위기를 인식한 삼성이 경제연구소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을 연구하고 현실에 접목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란 관측이다.